[맹영재의 월가리포트] 반갑지 않은 유로화 하락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27분


유로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작년 10월 출범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으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격이 0.827유로까지 하락한 경험이 있는 유로화는 그 이후 서방선진7개국(G7)의 공조와 시장 개입으로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약세를 기록하는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 이후 다시 달러화에 대한 최저가 행진을 가동시킨 것이다. 금주 들어 유로화의 하락 행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작년 12월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수준은 달러화 대비 0.865유로로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최저치를 다시 경신할 위험에 처해있다.

최근 유로화 하락의 배경에는 유럽경제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급하게 나타난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작년말 유로화의 급격한 회복세도 따져보면 물론 선진국의 시장 개입이 주효했지만 결국 미국 경제의 침체가 우려됨에 따라 유로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미국경제가 유럽경제에 비해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유로약세의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 유럽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 시기상으로 문제를 노출하면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계속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ECB가 침묵했던 이유는 물론 유로화 지역내에 인플레이션 위험도 있었지만 미국에 대한 저환율을 유지함에 따른 수출상의 유리함을 취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 정책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결국 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는 유로존의 경기 부양 필요성이 증대한 것에 있다. 당초 금리 현상유지를 강하게 부르짖던 ECB의 이러한 정책 혼선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이에 따른 유로화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 최근 급락의 배경이다.

이러한 유로화의 하락은 결국 금리 인하를 가능하게 했던 최근의 물가 안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그 이면에는 유럽 경제의 회복 지연 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유럽을 비롯해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작년 하반기 유로화 약세로 인해 미국내 다국적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월가에서도 유로화의 약세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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