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IT섹션]여성들 e메일 수다도 "못말려"

  • 입력 2001년 5월 20일 18시 24분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들 한다. 그만큼 수다스럽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적어도 전자우편의 세계에서는 그런 것 같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여자들은 전자우편을 자주 이용하며 메시지의 길이도 아주 긴 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남자들은 용건만 ‘간단히’ 보내는 형이 많다는 것.

글래디스 위와 토니 네이선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두 사람은 결혼하기 전 서로 3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을 계획하면서 주로 전자우편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해에 결혼 1주년을 맞아 결혼 전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모아봤더니 아내인 글래디스가 신부 들러리가 되어 줄 친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글래디스와 친구들은 전자우편을 통해 결혼식 때 입을 옷이나 장신구에 관한 의견뿐만 아니라 서로의 일상도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위로를,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를 해주었다. 반면 신랑 들러리를 했던 토니의 친구들은 전자우편으로 결혼식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를 몇 개 적어보내거나 서로턱시도가봉날짜를잊지 말라고 일깨워주는것이고작이었다.

글래디스와 토니의 사례는 전자우편에서 나타나는 남녀간의 차이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자들은 여자들이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자우편에서도 마음 속 이야기를 길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자들은 일상생활에서나 전자우편을 통해서나 할말만 간단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남자들은 또 답장을 하는데도 시간을 끄는 편이다. 여대생인 레슬리 라이트는 “여자친구들은 전자우편을 받는 즉시 읽어보고 답장을 해주는 편인데, 남자친구들에게서 답장을 받으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들도 자기가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한테서 전자우편이 왔을 때는 태도가 달라진다.

학자들 중에는 전자우편과 관련, 남자들이 행동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의사를 전달한다는 전자우편의 특징 때문에 평소 잘 털어놓지 못하던 감정을 표출하고있다는것.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중개인인 마이크 머네인은 실제로 장성한 자식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기가 훨씬 쉽다고 인정했다. 그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는 아내와 딸들이 항상 수다를 떨어대기 때문에 내가 말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전화도 왠지 꼭 용건이 있을 때에만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전자우편의 경우에는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적어 금방 자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둘째 딸인 마리아도 “아버지가 원래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분인데 전자우편 메시지에서는 평소 절대 하지 않던 다정한 말을 해주신다”면서 아버지에게서 받은 전자우편 메시지를 따로 파일로 만들어 갖고 있다고 밝혔다. (http://www.nytimes.com/2001/05/17/technology/17TAL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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