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고객 눈길 잡아라" 봄풍경 경쟁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41분


광고는 이미지와 메시지로 이뤄진 예술이다. 이미지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으면 ‘이 제품을 사세요’란 메시지가 슬그머니 귓가를 간질인다. 따라서 광고업체들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고객의 눈과 마음을 붙잡을 멋진 배경부터 물색하게 된다. 광고속에 유독 아름다운 경치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 꽃과 신록이 손짓하는 봄, ‘광고 속의 풍경’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키 큰 나무와 구불구불한 시골길이 등장하는 미래에셋 증권 광고. 고흐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의 무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 시에나다. 농업이 주산업인 이곳은 지난 99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10대 전원여행지에 들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끼안띠 클라시코’의 생산지인 시에나는 14세기까지 피렌체와 쌍벽을 이루는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였다. 그 덕에 오늘날까지 중세도시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

이탈리아를 촬영장소로 택한 것은 삼성 쉐르빌 아파트도 마찬가지. 이 작품의 배경은 ‘마피아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시칠리아섬이다. 전 세계 밀 경작지를 샅샅이 수배중이던 제작진이 이곳에서의 촬영을 결심한 것은 단순히 밀의 키 때문이었다. ‘주인공 이미숙씨의 허리 높이’란 조건을 완벽히 만족시켜준 것이다.

광고는 이미숙씨가 밀 이삭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장면은 영화 ‘글라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 장군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밀밭을 거니는 장면을 모티브로 했다. 로마제국의 활동영역이기도 한 지중해 시칠리아에서의 촬영이 ‘한가함과 따사로움’이란 원래 컨셉트를 잘 살려줬다는 것이 제작진의 평가.

대우자동차 매그너스 광고는 뉴질랜드 남섬의 퀸즈타운에서 찍었다. 퀸즈타운은 거대한 호수와 눈덮인 산으로 유명한 관광지. 동서식품 프리마도 이곳을 무대로 택했다.

남반구에 있어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 뉴질랜드는 최근 각광받는 해외촬영지 중 하나. 제품특성상 항상 계절을 앞서가야 하는 모 의류업체는 아예 모든 광고를 호주에서 찍고 있다. 1월에 촬영한 매그너스 광고도 한여름의 열기를 이기기 위해 살수차로 온종일 물을 뿌려가며 찍었다. 또 최첨단 대도시부터 때묻지 않은 자연까지 ‘찍을 거리’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 열대해변에서부터 눈덮인 스키장까지 기후도 다양하다.

현대증권 ‘You First―봄 편’에 등장하는 강변은 구례와 하동 사이에 있는 섬진강 지류다. 이곳이 다른 후보지인 영월 동강을 제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강에는 3월에도 눈이 남아 있어 ‘봄’을 주제로한 광고의 무대로는 부적격이었다고.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로 등장하곤 하는 시골 기차역 모습은 주로 서울 근교에서 촬영된다. ‘여군 입대’란 이색 소재를 표현한 동양생명 광고는 경기도 일영역에서 찍었다. 기차 통행이 뜸한 역이라 어려움은 별로 없었지만 6량짜리 객차 대여에 12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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