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언론에 대한 정권의 두얼굴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8분


▼美 언론 규제완화 '훈풍'…시장지배 제어장치 풀어▼

미국의 거대 방송사들과 유력 언론사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수십 년간 시행돼온 각종 규제조치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9일 TV 방송사가 다른 방송사를 인수 합병)하는 것을 금지해온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지가 15일 보도했다.

FCC는 또 수주일 내로 특정 기업이 동일 시장 내에서 TV방송국과 신문사를 함께 소유하는 것을 금지해온 규정도 완화할 계획이다. FCC의 규정들은 지난 26년간 시행돼온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의 콜롬비아특별구 연방항소법원은 최근 몇 주 동안 거대 공중파 방송사와 케이블 방송사에 대해 “특정 방송사가 보유할 수 있는 방송국의 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잇따라 판결, 방송사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한 제한을 풀도록 했다.

항소법원과 FCC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의 언론 자유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며 정부의 규제 조치들이 대중매체의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이 같은 규제완화로 방송사의 숫자가 줄어 방송의 다원성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소수 거대 언론매체의 위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종훈기자·외신 종합 연합>taylor55@donga.com

▼러시아 언론탄압 강화…TNT간부 탈세혐의 고발 ▼

러시아 정부에 의한 언론탄압이 민영 NTV의 경영권 장악에 이어 같은 미디어 모스트 언론그룹에 속하는 일간지의 발행 중단과 유선방송사 간부에 대한 탈세 혐의 고발로까지 확대됐다.

일간지 ‘세보드냐’(오늘)의 대주주인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이 신문의 기자들이 NTV사태에 동조해 분규를 일으키자 미하일 베르게르 편집국장 등 주요 간부들을 해임한 데 이어 17일부터 신문 발행을 무기한 중단토록 조치했다. 소속 기자들은 2개월 휴직 처리됐다.

앞서 러시아 세무당국은 16일 유선방송인 TNT의 회계담당 임원인 옐레나 네트리키나를 공모에 의한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세무당국은 TNT가 19만1000루블(약 850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미디어 모스트 계열사인 TNT는 그동안 NTV를 떠난 언론인들이 이 곳으로 옮겨 방송을 계속 제작하는 등 사실상 ‘망명 방송’의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 정부의 탄압으로 2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러시아 최대의 민간 언론그룹이었던 미디어 모스트는 사실상 와해되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정부의 통제로 들어갔다. 미디어 모스트의 설립자인 유대계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은 현재 스페인에서 도피생활 중이다. 한편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NTV사태는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NTV의 보존은 러시아의 장래 언론자유에 중요하다”며 NTV사태와 관련 “우리는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러시아대표단의 리처드 라이트 단장은 NTV사태로 러시아의 언론자유가 악화됐다면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EU―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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