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국제사회 리더 자격있나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29분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에 대해 정부가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고 ‘근본적인 역사왜곡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일본의 일부 교과서가 자국 중심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릇된 역사 교육’을 고집하는 일본, 그런 교육을 받는 일본 젊은이의 미래, 그리고 한일관계의 앞날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정에서 통과된 교과서는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항의에 따라 어느 정도 고친 점도 엿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자국자찬(自國自讚)’ 사관에 바탕한 왜곡과 문제점들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군위안부 문제만 해도 8종의 교과서 가운데 5종이 아예 빼버렸다. 이른바 자학(自虐)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기치를 내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의 우익 그룹이 선동한 대로 흘러간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배나 가해 행위 등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팽창정책과 침략전쟁을 긍정적으로 쓰면서 이웃 한국이나 중국의 역사는 깎아내림으로써 일본의 우월성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태평양전쟁, 만저우(滿洲) 점령, 중국 침략에 관한 기술도 미화하거나 일본식 자찬 사관에 맞지 않으면 삭제하고 완화하는 식으로 교과서 검정을 마쳤다.

일본은 ‘열린’ 국제사회의 리더가 되고 싶어하고 이를테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같은 것도 겨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사인식은 열린 보편성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닫힌’ 폐쇄성으로 거꾸로 치닫고 있다. 독일처럼 전쟁범죄 처리에 분명치도 못했던 일본이, 이제 와서는 가해 행위 자체를 역사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이웃과 세계에서 인심을 거스르며 ‘작고도 빛나는 황국’ ‘신의 나라’라는 식의 자찬으로 흐르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런 수준의 역사의식을 가진 일본이 과연 국제 사회의 리더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문제의 교과서들이 얼마나 채택되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일본의 지성이 살아 있고 이웃과 세계를 내다보며 젊은 세대를 가르치고자 한다면 그처럼 비뚤어지고 치우친 교과서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우리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유감 표명 정도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젠 구체적 행동으로 우리의 항의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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