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 김진겸 한가람투자자문 대표"지수선물이 펀더멘털 반영안할수도"

  • 입력 2001년 3월 27일 16시 15분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시장의 가격동향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물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런 만큼 나스닥선물지수의 상승을 보고 다음날 나스닥지수가 오를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김진겸 한가람투자자문 대표이사는 국내투자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중 하나가 '선물시장은 현물시장의 가격동향을 미리 반영한다"는 사고라고 지적한다. 즉 '나스닥선물지수 상승->나스닥지수 상승->국내증시 상승'이란 단순한 도식아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치명적인 투자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스닥선물지수는 상승했지만 막상 나스닥지수는 하락하는 경우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선물가격은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영향을 받지 전자가 후자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내투자자들의 나스닥선물지수 활용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나스닥선물지수의 거래량이 적은 것도 현물가격의 동향을 예측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덧붙인다.

김 대표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워튼스쿨에서 학사를,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미국 퍼스트 내셔날 뱅크 시카고지점과 노무라증권 미국현지법인의 파생상품 딜러로 15년 이상 활약했다. 국내에선 신한증권과 한빛증권의 파생상품 운용담당 임원으로 활동했다. 한가람투자자문에는 지난 3월초부터 합류했다.

==최근 주가지수선물시장(이하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포지션이 하루가 멀다하고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수선물시장에 참가한 외국인은 파생상품 전문 투기세력이 다수다. '홍콩물고기' 등 파생상품만 매매하는 전문가(CTA(Commodity Trading Advisor))들이다.

이들은 주로 기술적 분석에 따라 매매한다. 즉 거래량 이동평균선 오실레이터 모멘텀 등 지수선물의 가격추세와 거래량 변화 등을 활용해서 매매한다. 국내투자가들의 참가로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지수선물가격이 이동평균선을 이탈할 경우 등 수시로 포지션을 변화시킨다.

이것은 지수선물시장의 외국인 동향이 국내외 경제 펀더멘털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즉 외국인들이 지수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한다고 해서 한국증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도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반대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5000계약 이상 순매수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증시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 국내투자가들의 '외국인 지수선물 순매수->주가상승 기대->주식매수'라는 투자전략도 잘못된 것인가.

"그렇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수선물 시장의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의 움직임을 보고 매매(position trading)하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에 따른 단타매매에 치중할 뿐이다.

물론 FRB의 금리인하나 정부의 한계기업퇴출 발표 등 시장전체에 영향을 주는 큰 사건을 앞두고는 방향성 매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수선물 포지션을 가급적 당일 정리하는 데이트레이더들이 다수다. 그러므로 국내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의 지수선물 포지션을 보고 매매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최근 도입된 '코스닥50 지수선물'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지수선물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헷저들이 많아야 한다. 즉 주식을 매수한후 하락손실을 줄이려는 지수선물 매수세력이 많아야 유동성이 풍부해 진다. 그래야만 지수선물만 매도하거나 매수해서 이득을 올리려는 투기세력도 성행할 수 있다. 거래소 시장의 '코스피200 지수선물지수' 가 성공한 것도 외국인과 국내기관들이 헷징차원에서 대규모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개인투자자들이 매매주체의 95%를 차지하는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50 지수선물'이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들은 대부분 데이트레이더들이라 '코스닥50 지수선물'같은 헷징수단이 필요없다. 코스닥시장의 하락이 예상되면 매도하면 된다.

국내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아직 코스닥시장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어 헷징수요가 크지 않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을 기초자산으로 히는 스탁옵션(Stock option)이 상장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단기매매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능한가.

"스탁옵션이 상장될 경우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개별주식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가령 삼성전자 주주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시점에선 별다른 방어수단이 없다. 삼성전자를 매도하거나 반도체 가격의 반등을 기대하고 장기보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탁옵션이 도입되면 삼성전자가 하락하더라도 원래 매수한 가격에 팔 수 있다. 가령 20만원에 삼성전자를 매도할 풋옵션을 산다고 하자. 삼성전자가 18만원으로 내려갔다. 이 경우 풋옵션 매수자는 시장에서 18만원에 팔아야 할 삼성전자를 풋옵션 매도자에서 20만원에 팔수 있어 주당 2만원의 이익을 번다.

물론 스탁옵션이 활발히 거래되기 위해서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가 필요하다.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스탁옵션을 사거나 되팔수 있는 대형 투자기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한가람투자자문은 '파생상품전용펀드'를 시판할 것인가.

"개인보다는 주로 국내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적어 가급적 받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선보일 '파생상품 전용펀드'는 가급적 시장 움직임에 크게 영향받지 않도록 운용된다. 주식과 지수선물, 지수옵션 등을 적절히 조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10%의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연30%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목표다.

즉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연 30%의 수익률을 올리게끔 운용한다. 단 이같은 목표달성이 실패할 가능성은 10%정도 된다. 투자자들은 이정도 투자위험은 감내해야 한다."

박영암<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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