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선진국에서 배운다]"떼돈 벌 생각은 아예 마세요"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42분


리츠회사를 설립할 때 발기인이 부담할 최소자본금 규모가 50억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이에 따라 올 7월 도입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 조우현(曺宇鉉·사진)차관보는 2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리츠회사 설립시 발기인이 부담할 최소자본금 규모를 자본금의 3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리츠회사 법정 최소자본금 500억원을 기준으로 50억원만 있으면 리츠회사 설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조 차관보는 또 “국내 연구자료와 미국 등 선진국 운영사례를 종합분석한 결과 국내 리츠시장은 2005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5∼10%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 시가총액(235조원)에 비춰보면 최소 11조8000억원, 최고 23조5000억원 규모.

조 차관보는 리츠제도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총 책임자. 73년 공직에 들어와 건설부 토지국장 주택국장을 지냈다. 자타가 인정하는 ‘주택 전문가’. 리츠도입을 앞두고 누구보다 적임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리츠는 떼돈을 벌려는 사람보다 안전하고 고정적인 배당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우선 강조했다. 리츠에 대한 기대심리가 과열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인 듯 했다. 또 “국내 부동산가격과 임대료수준 등을 감안할 때 리츠의 적정 배당수익은 연 6∼10% 수준”이라고 거듭 ‘연막’을 쳤다.

그렇다면 리츠가 다른 투자상품보다 나은 점은 뭐라고 생각할까.

그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연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 원금을 통째로 까먹을 수 있는 주식에 비해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의 70%이상은 남길 수 있는 안전성”이라고 답했다.

리츠 도입을 적극 추진한데 대한 배경을 묻자 “부동산 하면 ‘투기’를 먼저 떠올리는 세간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첨단 금융기법을 끌어들여 바람직한 ‘투자’로 전환시키겠다는 것.

리츠법안의 주요 뼈대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리츠회사 설립시 자본금의 30% 이상을 일반 공모하도록 하고 1인당 소유할 수 있는 주식도 전체의 10% 이하로 제한, 다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리츠회사 설립시 현물출자를 금지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부동산거래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거쳐 실행하도록 하고, 석달마다 경영성과를 담은 투자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재정경제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뮤추얼펀드와 리츠를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 데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곤혹스러운 듯 뜸을 들이다 “본질은 비슷하지만 부동산 뮤추얼펀드는 기업의 구조조정용 부동산매각을 돕기 위해 조성되는 한시적이고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인데 반해, 리츠는 투자대상이 훨씬 다양하고 영속적인 실제회사”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리츠제도는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예고돼 본격적인 초읽기에 들어갈 예정. 7월 시행에 걸림돌은 없을까.

조 차관보는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리츠회사에 대한 법인세 면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관계부처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해 막판 조율할 것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또 리츠제도 도입이 임박하면서 우려되는 ‘사설(私設) 리츠’와 관련, “문제가 있는 사설리츠는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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