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마왕퇴의 귀부인1,2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06분


◇2100년전 고분 가슴졸이는 발굴기

웨난 지음 이익희 옮김

각 400 쪽 내외 1만2800원 일빛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1971년9월 어느날, 마오쩌둥(毛澤東)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린피아우(林彪)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도망치다 추락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알려졌다. 세계가 경악했던 그 때,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에서 방공호를 파던 해방군 병사들에 의해 엄청난 무덤이 발견되었다. 마왕두이(馬王堆) 구릉의 무덤. 우연이었지만 그것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발굴로 이어졌다. ’

마왕두이는 지금으로부터 2100년전 중국 서한(西漢)시대의 대후(大候)였던 이창(利倉)이라는 사람과 그의 부인, 아들의 무덤(총 3기). 이듬해 1월 곧바로 긴급 발굴에 들어갔다. 이 책은 그 발굴의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제는 ‘서한망혼(西漢亡魂)’. 기자 출신인 저자는 발굴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쓰는 인물. 문화대혁명기였던 당시 중국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발굴 과정을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박진감 넘친다. 전문적 지식과 소설적 흥미를 적절히 결합하는 저자의 탁월한 글재주가 돋보인다.

가장 놀라운 대목은 역시 1호묘 무덤 주인공 여인의 미라. 210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패하지 않은 완벽한 모습으로 출토되어 전세계를 경악시켰다. 154㎝ 34.3㎏에 온 몸은 살아있는 몸처럼 부드러웠다. 검사 결과 이 여인은 생전에 동맥경화 담석증 등을 앓았고, 급성발작의 심근경색에 의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녀의 사망 연령은 50세 전후.

또한 20여종 15만자에 달하는 백서(帛書·비단에 쓴 서책)도 관심을 끌었다. 고대의 역사 철학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특히 ‘노자’의 경우 1972년까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던 판본보다 4세기나 앞선 것이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한밤중 발굴장으로 찾아와 시신이 들어있는 관을 무조건 열어보라고 명령하는 당 고위간부의 무지와 횡포, 무덤의 주인공 여인이 봉건 지배층이었기에 시신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 그 와중에서 시신을 지키기 위한 발굴단원들의 심야 시신 빼돌리기 작전, 무덤의 주인공을 착취세력으로 몰고가려는 4인방의 음모와 그것을 막아내는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신념 등.

문화혁명기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고고학자들의 가슴 졸이는 발굴 과정이 시종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흥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는 정치에 의해 왜곡될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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