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에겐 이런 책을]난 이제 꼬마가 아니야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59분


◇난 이제 꼬마가 아니야/김상원 글/이선주 그림/176쪽, 6500원/푸른책들

“저를 반장으로 뽑아 주신다면 저는 날마다 여러분의 가방을 들어 주겠습니다.”(본문117쪽)

새 학기가 되어 새 친구들의 얼굴을 다 익히기도 전에 벌써 반장 선거하는 날이 성큼 다가왔다.

“반장 하고 싶은 사람은 손 들어 보세요.”

“저요! 저요!”

46명의 아이들 가운데 자그마치 29명이나 손을 든다. 가슴을 콩닥거리며 손을 든 아이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르’이다. 공부도 잘 못하고 뚱보라고 놀림이나 받는 이 아이에게서 어느 한 구석이라도 학급의 대표로 뽑힐 만한 자질이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반장이 되고 싶은 미르의 마음은 간절하다. 미르는 지난밤 늦도록 삼촌이 대신 써 준 연설문을 외우느라 끙끙댔다. 그 바람에 아침에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학교에 달려왔다.드디어 반장 후보로 나선 아이들의 연설 시간! 미르는 앞서 교탁에 선 후보들의 연설을 들으며 기고만장해진다.

‘칫, 저렇게 엉망으로 연설하면서 어떻게 반장을 하려고 그러지? 내 차례만 와 봐라. 히히!’

하지만 미르에게도 그와 똑같이 운명적인 불행의 시간은 닥쳐오고 만다. 도대체 이게 웬 날벼락이람!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연설문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 앞에 서니 그나마 외웠던 구절도 전혀 안 떠오르고 눈앞은 캄캄하다. 미르는 얼굴이 벌개져서 우물쭈물하다가 임기응변으로 말을 쏟아낸다.

“저를 반장으로 뽑아 주신다면 청소도 제가 다 하겠습니다. 제 용돈으로 맛있는 떡볶이도 사 주겠습니다. 여러분이 원하시는 모든 것을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미르가 얻은 결과는 겨우 2표! 17명의 후보자가 각각 1표씩 얻었는데 글쎄, 모두 제 이름을 쓴 것이란다.

책장을 넘기며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이 책은 미르처럼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의 생활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반장이 되고 싶어하다가 끝내 좌절하고도 함께 까르르 웃고 마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무척 닮은 모습을 발견하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것이 아닌가!

(아침햇살아동문학회)achs003@chollian.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