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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4일 0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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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자는 가로 28.5㎝, 세로 16.5㎝, 높이 10㎝로 직사각형이며 여기에서 1932년 10월22일자 동아일보를 비롯해 신약전서와 찬송가 합본 1권, 구한말에 사용된 동전 꾸러미, 10엔짜리 일본 금화, 1932년 배재학당의 이사 졸업생 재학생 명부, 배재학당 학칙, 생도 수첩 등이 쏟아져 나왔다.
상자에서 나온 물건 가운데 동전 꾸러미에는 영어로 ‘1886년 세워진 배재학당의 첫 채플수업에서 모은 엽전과 은화’라고 적힌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감리교 관계자들은 당초 미국인 선교사이자 배재학당 설립자인 아펜젤러의 일기(1887년 8월6일)에 “주춧돌을 놓으면서 그 아래 성경, 서적, 계약서 사본, 동전 등을 넣은 함을 묻었다”는 기록을 토대로 이 함이 1887년 묻힌 것으로 추정했었다.
하지만 상자 속에서 1932년 10월22일자 동아일보가 발견됨에 따라 학교 관계자들은 1887년에 일차로 타임캡슐을 만들었다가 1932년 배재학당 대강당 기공을 즈음해 내용물을 꺼낸 후 다시 청동제함을 제작해 묻은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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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함에서 발견된 동아일보 2면에는 ‘배재고보교 대강당 기공(培材高普校 大講堂 起工)’ 제하의 기사가 건물 설계도 측면도와 함께 실렸다.
이 기사는 배재학당 대강당 기공식이 열리는 이날 ‘오전 8시30분 학교 및 교회관계자 동창과 사회 유지들을 초청해 정초식을 거행한다’고 알리면서 이 건물이 ‘명년(1933년) 1월 준공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청동제 함속에 ‘배재학당 제명부(학생 명단), 학교 연혁, 학칙 등과 22일자 동아일보 한 부를 넣기로 하였다… 47년(전) 당시에 넣었던 엽전 등속의 통화도 넣는다 한다’고 보도해 이번에 발견된 청동제 타임캡슐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배재학당측은 69년 만에 빛을 본 ‘아펜젤러 타임캡슐’과 내용물을 배재고로 옮겨 보관 중이며 조만간 보존 처리를 한 후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배재학당은 서울 정동의 옛 학교 자리에 지하 4층, 지상 10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문화재 심의 대상으로 지정된 동관(東館)을 제외하고 모든 건물을 지난달까지 철거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