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위기와 갈등의 1년]'왕자의 난' 겪으며 휘청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0분


지난해 3월 ‘왕자의 난’으로 정몽구 현대차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현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이 5월 채권단에 긴급 자금을 요청한 뒤 연말까지 4차례의 자구 계획을 발표하며 구조조정을 놓고 채권단, 정부와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11·3 기업퇴출’까지도 신규 자금지원은 없다며 현대건설을 압박했던 채권단의 입장이 연말경 급변했다. 연초 5조7089억원에 이르던 부채를 4조4000억원대로 낮출 만큼 자구 실적이 좋았다는 게 이유.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회사채를 제외한 국내 차입금을 2001년 상반기까지 만기 연장하고 신규 자금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올 1월말 채권단에 신규 자금을 요청했고, 채권단은 출자전환 동의서를 담보로 신규 자금 4600억원과 해외지급보증 4억달러(약5000억원)를 약속했다.

건설의 문제가 한숨을 돌린 지난해 12월 이번엔 전자 문제가 불거졌다. LG반도체 인수 등으로 10조원 가까이 불어난 부채가 화근이었다. 씨티은행 등을 중심으로 80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조달했으나 불신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12월말 ‘회사채 신속인수’라는 긴급조치를 내놓았고 이로 인해 전자는 3월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1조2000억원의 회사채 중 80%를 자동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각 은행이 줄인 현대전자의 수출환어음(DA) 한도도 늘려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의 반발로 불협화음이 생겼고 3월 현대전자의 미국현지법인(HSA)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또한 17개 은행장은 10일 현대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재약속, 일단 발등의 불은 끈 상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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