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졸업식을 앞 둔 때였다. 한 여학생이 한 손에는 무거운 보따리를, 다른 한 손에는 서류뭉치 같은 것을 들고 교무실로 들어왔다. 그 학생은 교사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더니 “내일 모레 졸업식이 있는데 그동안 가르쳐 주신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김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편지 한 통씩을 건넸다. 영어를 맡고 있는 내게도 한 통의 편지가 전해졌다. 지난 한해 동안 있었던 일들이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고 감사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었다. 편지를 받은 교사들은 모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과 존경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