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주가 조작-예측 '동전의 양면'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고교생 조너선 레베드(15)가 인터넷의 야후 금융투자 게시판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허위정보를 올린 뒤 주가가 오르면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SEC는 레베드군이 허위정보를 올리면서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모두들 진짜 이름 대신 ID를 사용하는 인터넷에서 ‘가명’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그런 의문 중 하나였다.

게다가 SEC가 레베드군이 주식거래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환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문이 더욱 커졌다.

레베드군은 1999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주식거래로 거의 80만달러를 벌었다.

SEC는 처음 이 돈을 모두 환수하려 했으나 레베드군측에서 법정에 소송을 내겠다고 하자 한발짝 물러서 레베드군측 변호사와의 협상을 통해 28만5000달러만 환수했다.

레베드군이 인터넷 게시판에 특정 주식에 대한 주가전망을 내놓은 것과 주식 전문가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주가전망을 내놓는 일반적인 관행 사이의 차이가 애매해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고 두 달여가 지난 후 아서 레비트 SEC 의장을 직접 만났다. 그는 “너무나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그들이 다니는 회사에 돈을 투자했다가 주가하락으로 돈을 잃는 투자자도 많다”며 레베드 사건이 도덕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레베드군이 한 일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레비트 의장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기자를 한참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대화방에 들어가서 20개의 가명을 사용해 메시지를 올리고….”

“가명이라면 E메일 주소를 말하는 겁니까?”

“난 자세한 건 모릅니다.”

온갖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레베드군의 행동을 비난했던 그가 자세한 걸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참이었다. 그는 마침내 SEC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워커를 불러들였다. 워커씨는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지만 10초도 안 돼서 깊은 고뇌에 빠진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 애는 주가에 대한 예측을 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입니다.”

이건 월스트리트의 전문적인 투자분석가들이 매일 하는 일을 설명하는 말처럼 들렸다. 워커씨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 애 스스로 시장을 조작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워커씨가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물론 레베드군이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레베드군은 또한 주식과 관련돼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시장을 조작하려 한다는 말도 했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투자분석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레베드군은 SEC로부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쁜 짓이라는 말도, 그 일을 하지 말라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SEC 말고도 레베드군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학교 친구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레베드군의 조언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데 동참했다. 그들 대다수가 레베드군을 따라 웨스트 코스트 비디오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본 적도 있었다. SEC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레베드군의 ‘피해자’가 레베드군의 주위에 수두룩하게 있었던 것이다.

기자가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레베드군의 친구 키스군에게 말했다.

“넌 조너선의 피해자야.”

레베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받았다.

“그래, 키스, 넌 내 피해자야.”

하지만 키스군의 생각은 달랐다.

“아냐. 주식투자를 할 때는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거야. 우린 그냥 널 따라했을 뿐이야. 그런데 너만큼 실력이 좋지 않았던 거지.”

▽필자〓마이클 루이스(NYT 매거진 기고가)

(http://www.nytimes.com/2001/02/25/magazine/25STOCK―TRAD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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