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교수 노조 설립 논란…이달중 준비위 결성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52분


“교수가 무슨 노조야.”

“교수도 지식노동자다. 노조 설립은 국민의 기본권에 속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최근 ‘교수노조 준비위원회’를 3월 중 발족시켜 현행법상 금지된 노조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교수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는 노조로 간다?〓민교협 공동의장인 최갑수(崔甲洙·서양사학)서울대교수는 “지금까지 200여명의 교수로 추진기획단을 구성, 노조 설립을 위한 논리를 개발해 왔다”면서 “곧 500여명의 교수로 발기인 모임을 가진 뒤 3월 안에 교수노조 준비위원회를 결성, 본격적인 노조 결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소위에서도 지난달 19일 이 문제를 의제로 채택, 첫 논의에 들어갔으며 28일에는 교육부와 대학 관계자, 민교협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노조에 대한 당사자 의견을 청취했다.

교수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교수들의 신분을 크게 위협하는 교수계약임용제 도입과 무관치 않다. 많은 대학에서 교수 재임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교수계약임용제가 시행되는 것.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교수 재임용 탈락률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 설립에 교수 사회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갖고 있으며 교수 사회 안에서도 노조결성은 교수 스스로를 지식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는 양론이 맞붙어 있다.

▽교수노조 가능한가〓국가공무원법 66조는 (교육)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립학교법 55조는 이를 사립학교 교원에도 준용하고 있고 교원노조법 2조는 대학교원을 노조설립 대상에서 제외해 현행법상 교수노조 설립은 불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교수계약임용제 도입시 임용권자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억제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재임용 탈락자는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등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장기적으로 노조가 아닌 교수 전문직 단체 허용 등의 방법으로 단결권을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3월중 교수노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

그러나 최갑수교수는 “지방 사립대의 경우 재단쪽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교수계약임용제가 교수들의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고 옥죄는 방식으로 갈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들의 정치활동은 자유롭게 해 놓고 노조 설립을 불허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한편 교수노조 논의와 별개로 지난달 1일 대학정책 개선과 교권수호 향상, 지식인으로서의 사회 참여 등을 표방하며 대중조직으로 결성된 전국대학교수회 회장인 부산대 황한식(黃漢植·경제학)교수는 “민교협이 추진하는 교수 노조와 대학교수회는 조직의 성격이 다르지만 서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지만 전체 교수의 30% 이상이 교수노조를 원한다고 서명하고 투표를 통해 과반수가 넘으면 노조가 설립된다. 현재 국공립대의 3곳 중 1곳에는 노조가 결성돼 있고 2년제 대학까지 포함할 경우 60% 가량의 대학에 노조가 결성돼 있다.

사립대의 경우 원칙적으로 노동3권이 모두 인정돼 지난해 미시간대의 경우 시간강사의 남용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파업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의 경우 단체행동권에 제약을 받는다.

영국도 교수노조가 활발하다. 2개의 상급단체 중 전국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기관교수협회는 6만5000명 가량의 회원을 가진 영국 최대의 교수노조 상급단체. 독일의 경우 교수가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고 있어 노조를 결성할 수 있으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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