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나연/못 믿을 회계실사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52분


동아건설은 과거의 분식사실을 최근 자진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용기’에 놀랐지만 동아건설의 반응은 달랐다. 분식을 감추는 바람에 회사가치가 오히려 작아졌다고 주장했다. 회계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 분식을 찾아냈던 삼일회계법인측은 최근 법정관리를 위한 실사과정에선 자신들이 찾아냈던 분식을 ‘무시’했다.

또 그 경위를 설명한 과정도 석연찮다. 이번 실사 담당자는 “동아건설의 분식사실을 실사과정에선 몰랐으며 이를 알았다면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98년 삼일측이 작성했던 실사보고서도 보지 못했느냐고 묻자 “그런 보고서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본보가 13일자에서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자 삼일측의 해명은 달라졌다. 실무자는 통화를 회피했지만 한 임원은 “실무자가 분식을 몰랐다고 답한 것은 실사보고서 어디에도 ‘분식’이라는 단어가 없고 ‘과다계상’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설명을 했다.

그는 이어 “분식을 반영해 평가하고 싶었지만 동아건설측이 과거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며 “과거 어느 해에 얼마의 분식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반영할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동아건설측이 펄쩍 뛰고 있다. 한 임원은 “법원의 위임을 받아 실사를 벌이는 기관의 요청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실사과정에서 과거 분식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청산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회계사에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과 동아건설 중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금융감독위원회가 특별감리를 통해 진위를 가려주기를 기대한다. 다만 회계법인이나 회사측이 과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보 보도 이후 독자들은 “대기업의 분식회계도 문제지만 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실사인 만큼 좀 더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내왔다. 회계 담당자들은 이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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