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비이성적 투자심리 역이용해야 돈번다"…AWSJ

  • 입력 2001년 2월 15일 17시 03분


"회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도 주가가 오르고 있으면 해당 주식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들인다. 괜찮은 주식이라 생각되면 가격이 내려가도 절대 팔지 않으려 한다. 경영상태가 부실하고 전망이 좋지 않은 주식을 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식이 건실하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심하게 불안해한다"

ABN 암로 애셋 매니지먼트는 15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같은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투자심리를 분석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요약.

비이성적인 투자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자들은 다음 2가지 형태를 보통 보인다.

<과잉반응>

예기치 못했던 소식, 특히 안좋은 소식이 나오면 투자자들은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리즈 크래커로 유명한 나비스코를 인수할 때 이자비용만 5000만 달러가 들어 수익이 기대치에 못미쳤다고 1월31일 발표했다. 그날 필립모리스의 주가는 92센트 떨어져 44달러까지 내려갔으나 다음날 45.79달러로 올랐고 현재는 47.6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소극적 반응>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천천히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변화가 급작스럽기보다는 느리게 일어날 때 나타나기 쉽다. 예를 들어 변변치 않았던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을 보일 경우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전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따라서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본래 가지고 있던 전망을 견지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하인즈사는 99년 초에 전반적인 음식산업 침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인즈사는 잇따라 개혁안을 제시했고 99년 말에는 기대치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다분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서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하인즈는 다음 분기에도 기대치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으며 곧 바라던 수익에 도달했다. 하인즈의 주식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보게 됐음은 물론이다.

예기치 않은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장기적인 변화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매우 유사하다고 행동 금융(behavior finance) 학자들은 말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기대를 수정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발빠른 매수를 함으로써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ABN 암로의 펀드매니저인 패트릭 코는 투자이익을 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는데 자신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투자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감정이 아닌 컴퓨터 모델에만 의지해 주식을 매수, 매도하고 있다.

행동 금융은 단기적인 전략이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9개월이 지나야 주식의 현실적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패트릭 코는 대부분의 주식을 한달을 기준으로 바꾸기 때문에 연간 교체비율이 800%에 이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반응에 시시각각 적절히 대처해 돈을 벌려면 투자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 금융 펀드들은 실제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유럽 6개국에 투자하는 ABM암로의 또다른 행동 공학 펀드인 레티오 인베스트 펀드는 2년 전에 결성된 이후 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S&P 펀드 서비스 아시아에 따르면 유럽의 다른 펀드들이 지난해 평균 8% 손실을 낸 데 비해 레티오 인베스트 펀드는 거래 수수료를 제외하고 2.2%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S&P에 따르면 유러피언 행동 금융 펀드는 지난 4월 개시된 이후 -5.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MSCI 유러피언 지수는 같은 기간동안 7.1% 하락했고, 유러피언 펀드 평균적으로는 6.33%의 하락률을 보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투자행동을 변화시킨다면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식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패트릭 코는 "투자시 나타나는 욕심과 두려움 등의 감정이 크기 때문에 사람이 감정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 방법의 효용성이 지속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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