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노마 가르시아파라

  • 입력 2001년 2월 12일 19시 35분


이제는 가르시아파라 차례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 10년간 2억 5천 2백만불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데릭 지터 - 10년간 1억 8천 9백만불에 뉴욕 양키즈와 재계약.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발생한 2건의 초대형 계약으로 이계약들의 공통점은 역대 메이저리그 사상 1, 2위를 다툴만큼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점과 두 선수의 포지션이 모두 유격수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두 선수 모두 자유계약 신분을 십분 활용한 점도 포함이 된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이미 프리에이전트를 선언하며 메이저리그 전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터 역시 올시즌이 종료되면 자유계약 신분을 얻게되 몸값의 상승을 우려한 양키즈가 서둘러 장기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이들과 함께 3인방으로 불리우며 메이저리그 최고유격수 자리를 다투고 있는 보스턴의 노마 가르시아파라에게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노마 차례다.

1973년생인 노마는 로드리게스나 지터보다 나이는 많지만 조지아 공대를 3학년까지 다녔기때문에 메이저리그 데뷔는 이들보다 늦었고 따라서 자유계약 신분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먼저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약력을 간단히 살펴보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멤버이기도 한 노마는 1994년 조지아 공대를 칼리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으로 이끈 뒤 그 해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에 의해 1순위로 지명되며 메이저리그에 입단한다.

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뒤 96시즌 종반에 빅리그로 승격된 노마는 그 이듬해인 1997년, 보스턴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30홈런, 98타점을 기록,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 화려한 풀타임 첫시즌을 보내게 된다.

그 이후 보스턴 타선의 실질적인 간판타자로 자리잡은 노마는 1999시즌 0.357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리그 타격왕을 차지했고 보스턴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대활약을 선보인다.

2000시즌에도 노마는 시즌 중반까지 4할대에 육박하는 절정의 타격감각을 선보이며 대선배 테드 윌리암스 이후 첫 4할 타자 등극을 기대하게 했으나 막판 체력저하로 0.372에 그치면서 2년 연속 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년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노마는 2번의 리그 타격왕, 올스타 3회 선정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0.333의 통산타율과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2시즌이나 기록할 정도로 정교함과 파워, 뛰어난 타점 생산능력을 동시에 갖춘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이다.

이 정도의 활약상이면 노마의 가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마가 프리에이전트 신분으로 계약을 다시 맺는다면 어느 정도의 금전적인 가치가 있을까?

최근 미국 케이블 방송인 ESPN의 웹사이트에서 컬럼니스트 롭 네이어는 데릭 지터와 노마 가르시아파라 그리고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성적을 비교하면서 데릭 지터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지터가 뛰어나고 모든 팀에서 탐을 낼만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네이어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파워와 유격수로서 불안한 수비 능력 등 지터를 3인방 가운데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하며 지터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실제로 2000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네이어의 이와 같은 평가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데릭 지터 - 15홈런, 73타점, OPS 0.897

노마 가르시아파라 - 21홈런, 94타점, OPS 1.034

알렉스 로드리게스 - 41홈런, 132타점, OPS 1.026

지터는 노마나 로드리게스에 비해 OPS(On-Base Plus Slugging,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부분에서 최소한 0.12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수비력에서 지터는 무려 24개의 에러를 기록하는 불안한 모습을 선보여 각각 17개와 10개를 기록한 노마나 로드리게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에도 지터의 가치에 대해 언급했듯이 지터를 지나치게 평가절하 하는 것도 올바른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터는 여전히 양키즈 타선의 핵심이며 파워가 떨어지는 약점을 다른 무엇으로 충분히 만회하고 있는 능력을 지녔고 양키즈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터의 능력이 팀우승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액수로 지터를 붙잡은 것이다.

다시 노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만약 노마가 자유계약 신분을 이용해 장기계약을 맺는다면 노마는 최소한 지터 이상의 금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된다.

지터와 로드리게스가 각각 팀타선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만 노마가 보스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팀타선의 핵심을 넘어서 팀타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이들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양키즈는 지터 외에 버니 윌리암스나 데이빗 저스티스같은 훌륭한 타자들이 있었고 로드리게스는 시애틀에서 에드가 마르티네스나 좀 더 시간을 되돌려 보면 캔 그리피 주니어같은 대형스타들의 보호를 받은 입장에서 나온 성적이다.

그러나 노마의 경우는 고만고만한 타자들 속에서 혼자의 힘으로 팀타선을 리드해왔고 상대방의 집중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작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선수의 가치면에서는 지터나 로드리게스에 비해 전혀 뒤질 것이 없지만 현재 노마는 이들과 같은 천문학적인 액수로 장기계약을 맺는데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프리 에이전트 신분을 얻기 위해서는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며 그 때가 되면 노마의 나이는 30살을 바라보게 된다.

또한 이미 팀과 2002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었을 뿐만 아니라 옵션계약이 2004년까지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계약 기간이나 연봉 총액이 지터나 로드리게스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또한 보스턴의 팀사정이 노마에게 여유롭지 못한 것도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매니 라미레즈에게 1억 6천만불을 투자한 보스턴은 새로운 연봉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달래야 하고 새로운 구장 건립 문제로 많은 금액을 선수들에게 투자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노마를 계속 잡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은 팀전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위에서 밝혔듯이 떠나보내기에는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만큼 노마는 보스턴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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