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재천/'신문사 지분제한' 문제많다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46분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가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셈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언론개혁의 핵심 사안은 편집권 독립 방안, 소유집중 해소방안 및 시장독과점 해소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제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는 이들 핵심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강조돼온 법률적 규제가 최선의 해소방안인지를 포함한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기업의 기본권도 생각해야▼

예컨대 소유집중 해소방안만 해도 그렇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현행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해 소유집중을 해소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법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다. 이 개정안은 신문사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30%로 정하고 있다.

이 같은 법개정안은 앞으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법제화와 개정안의 내용에 내포돼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기업인 신문사의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온당한 일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되며 지분한도 30%가 어떤 근거에서 산출된 것인지도 문제가 될 것이다.

지분한도를 30%로 잡은 것은 방송법 제8조의 소유제한 조항을 원용한 것이지만 국민의 소유인 전파자원을 위탁받아 방송을 하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규제방식을 사기업인 신문사업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와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는 뜻이다. 방송법의 소유제한 한도를 신문에 적용한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지분한도의 범위가 얼마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같은 지분제한이 재산권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재산권에 대한 법률상의 유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에 대한 일반적 유보조항과 함께 헌법 제23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는 개별적 법률유보 조항에 근거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제37조 제2항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하면서 법률이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했는가를 판단하는 데는 언제나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신문사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법률로 제한하는 문제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합당한지를 먼저 검토해 봐야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목적 정당성의 원칙, 방법 적정성의 원칙, 피해 최소성의 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 네가지 부분 원칙을 내용으로 하며, 이 원칙 어느 하나에라도 저촉되면 위헌이 된다.

제한된 지면에서 신문사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법률로 정하는 것이 이 같은 네가지 부분원칙을 만족시키는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할 수 없지만 개략적인 검토를 해본다면 방법 적정성의 원칙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소유지분 제한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이고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배주주의 지분한도를 법률로 정함으로써 신문이 과연 목적한 바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장할 근거를 제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횡 방지할 다른 방법있어▼

오히려 국내외 언론의 역사를 볼 때 사적 소유인 신문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다하는가의 여부는 누가 얼마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달렸다기보다 신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문제에 달려 있음이 명백하다. 또한 기본권 제한 조치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것일지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을 최소화한 것이 돼야 한다는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적합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의 마련이나 시장경제 원리를 왜곡하는 정치적 거래의 방지 등 소유주의 전횡을 방지할 대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소유지분 한도를 법률로 정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언론개혁은 이뤄져야 할 것이지만 그 방향은 소극적으로는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 적극적으로는 진정한 언론자유를 신장한다는 접근이어야 할 것이다.

유재천(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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