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백내장 정백기씨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54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마치 저처럼….”

27일 오전 10시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병동 202호. 전날 백내장 수술을 받고 퇴원 준비 중인 정백기씨(45)는 한때 ‘스타 파일럿’이었다. 공군사관학교를 10등으로 졸업하고 각종 훈련과 평가에서 ‘수석’을 도맡아 차지했다.

그러나 1989년 콩팥염으로 쓰러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파일럿 옷을 벗고 지상 근무를 하다가 중령으로 예편해야 했다. 지금은 서울 대방동 공군연금매장에서 주방용품을 팔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삶의 빛은 바래고 있었지만 지난해 갑자기 눈이 부시기 시작했다. 실내에선 괜찮았지만 바깥에 나가면 눈부심 때문에 승용차가 덩어리로 보였다. 콩팥 이식 수술 뒤 면역반응을 억제하려고 먹은 스테로이드제제 때문에 백내장이 생긴 것이었다.

지난해 8월18일 수술받을 예정이었지만 전공의들의 파업 때문에 11월20일에야 왼쪽 눈을 수술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25일 오후 입원해서 다음날 오른쪽 눈을 수술받았다.

수술은 간단했다. 눈에 약을 떨어뜨려 부분마취하고 점안약을 넣어 눈동자를 크게 한 다음 10여분 만에 수술이 끝났다. 수술 4시간 뒤 붙였던 안대를 떼어내자 뿌옇기만 했던 세상이 깨끗하게 보였다.

정씨는 94년 콩팥 이식수술 환자의 모임인 ‘성신회’를 만드는데 참여,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식수술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나 작은 상처 때문에 숨지기도 한다”면서 사회가 이식환자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원했다.

“장교 시절 완벽주의자였고 숨 쉴 틈 없이 뛰었습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건강을 해치며 일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요즘 백내장 수술 성공률은 95% 이상이므로 백내장 환자는 미루지 말고 수술받는 것이 좋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녹내장 사시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수술은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눈에 점안제를 넣어 마취하고 눈동자를 확대한 다음 각막을 3㎜ 정도 자른다. 다음 ‘초음파 유화흡입기’를 안구에 넣어 혼탁한 수정체를 부숴 밖으로 빨아낸 다음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끝난다.

백내장 수술 환자의 30%가 재발한다. 이땐 5분 정도 들여 레이저로 수정체 뒤에 구멍만 내면 된다.

정씨처럼 면역억제제를 먹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일반인은 미용안약이나 스테로이드연고를 오래 사용하면 안된다.

자외선도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햇빛이 눈부시면 선글라스를 쓰고 외출하는 것이 좋다.

주천기(가톨릭의대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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