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숨고르는 외국인… 증시 어디로?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6분


유동성장세를 이끌어온 외국인투자자들이 증권거래소시장에서 26일부터 사실상 이틀(영업일 기준)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29일에도 외국인은 사실상 ‘팔자’에 나섰지만 일부 외국인이 시간외 거래로 SK주식을 대량매입, 수치상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장세를 장식했던 ‘1차 랠리’가 끝난 것일까?

단기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주식보유 여부에 따라 향후 투자전략을 재점검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일시 휴식’ 이후에 다시 순매수할지, 매도 우위입장을 보일지에 따라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주머니가 비었다’〓외국인이 29일 현재 2조3600여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틀 연속 순매도한 것을 두고 추가매수 여력이 바닥났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이라면 연초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촉발됐던 ‘약효’가 이제 떨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곧장 순매도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유럽을 방문중인 삼성증권 이남우상무는 “한국 증시의 상승세가 유효하고 국내유동성도 추가공급될 것이므로 매수강도는 약해지겠지만 순매도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오현석선임연구원도 “외국인의 순매수기조가 바뀌지 않더라도 당분간 매수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듯하다”며 “일시적으로 주가지수가 옆걸음질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2차 유동성랠리 예상강도는〓당분간 이어질 ‘숨고르기 장세’를 뒤흔들 계기는 31일(미국 시간) 기대되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증시를 둘러싼 국내 여건은 작년말 이후 크게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인하폭이 0.5%포인트보다 작다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 2차 랠리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되더라도 1차 랠리 때 달성했던 종합지수 고점 627을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증권 오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를 앞두고 2차 랠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외국인이 순매도했어도 종합지수가 오히려 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행 총재가 2월초 콜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종합지수가 올랐더라도 연기금펀드를 예정대로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등은 국내 증시여건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대응요령〓향후 증시는 강한 동반 상승세를 보이기보다는 순환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연초에 매입해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갖고 있다면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맥쿼리―IMM자산운용 이창훈상무는 “미국 금리가 0.5%포인트 추가인하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야 상승모멘텀을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새로운 모멘텀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금비중을 높여 상승장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거래소시장의 상승탄력이 줄어드는 대신 코스닥시장으로 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대증권 박영철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로 거래소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코스닥시장은 2월에 종목장세가 전개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홍찬선·이진·박정훈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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