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게임이 열린 지난 주, 미국 극장 관계자들은 미식축구의 열기에 빠지지 않는 여성 관객의 발목을 잡느라 혈안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엔 제니퍼 로페즈와 매튜 매커너히 주연의 여성취향 멜로영화 <결혼 설계사>(The Wedding Planner)가 "상투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쉽게 안착했다.
이 영화가 거둬들인 전미 흥행 수익은 1,400만 달러. <결혼 설계사>는 남들의 결혼은 멋지게 성공시키지만 정작 자신의 결혼 설계엔 영 소질이 없는 여자(제니퍼 로페즈)와 고객의 약혼자(매튜 매커너히)가 벌이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다.
2주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던 토머스 카터 감독의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Save the Last Dance)의 순위는 한 계단 밑으로 내려앉았다. 흑인 소년과 백인 소녀의 사랑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댄스'라는 가벼운 코드로 풀어낸 이 영화는 지난 주말 1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추가해 총 5,96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3, 4위 순위는 지난 번 순위에서 한 계단 씩 밑으로 내려앉았을 뿐 큰 변동 사항이 없다. 3위는 오스카를 향해 달려가는 '톰 행크스의 원맨쇼' <캐스트 어웨이>가 차지했으며 4위는 골든 글로브 2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Traffic)이 각각 차지했다. <캐스트 어웨이>의 지난주 흥행 수익은 890만 달러. 이로써 <캐스트 어웨이>는 총 2억 달러 흥행 수익의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5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는 소폭의 변화가 있었다. 지지난 주 4, 5위였던 <스내치>와 <왓 위민 원트>는 각각 7, 9위로 하락했고 새로 개봉된 <슈가 앤 스파이스>(Sugar and Spice)가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슈가 앤 스파이스>는 최근 개봉됐던 <브링 잇 온>과 비슷한 스타일의 청춘영화. 고등학교 치어 리더들이 은행 강도로 돌변하는 과정을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안 감독의 무협영화 <와호장룡>은 여전히 '강호의 고수'임을 분명히 했다. 지지난 주 7위였던 이 영화는 지난 주 순위가 오히려 한 계단 올라섰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이 흥행에 '약효'를 발휘한 듯. <와호장룡>의 흥행누계는 4,440만 달러이며 스크린 당 수입은 5,840만 달러다. 스크린 당 수입으로만 따지면 10위 권 영화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이밖에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신작 <포레스터 찾기>(Finding Forrester)가 4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스내치>와 공동 7위 자리를 차지했으며 산드라 불록 주연의 <미스 콘제니앨리티>(Miss Congeniality)가 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박스오피스 순위 10위에 올랐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