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focus]최상룡 주일대사에게 듣는다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59분


최상룡(崔相龍·59) 주일대사가 29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최대사는 지난해 3월 부임한 이래 일본 천황을 여러 차례 예방했고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도 10여차례나 만났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로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한층 가까워졌다는 한일관계를 실감나게 한다. 그러나 최대사는 “한일관계는 좋아 보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무역불균형 해소 가장 시급▼

―요즘 한일간에 가장 큰 외교현안은 무엇인가.

“만성적인 무역불균형의 해소다. 지난해 대일적자가 110억달러였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여서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일수출과 일본의 대한투자를 꾸준히 늘려 적자폭을 줄여나가는 ‘확대균형’ 방식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전에 환경조성을 위한 사전조치(PFM·Pre―FTA Measures)를 강조했는데….

“우선 항공편 부족현상이 해결돼야 한다. 비행기표가 없어서 비즈니스를 못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된다. 양국 투자협정은 올 상반기 중 체결될 것이다.”

▼교과서 왜곡 문제 日에 경고▼

―일본 우익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중등교과서 수정본이 최종 합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양국간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제대로 처리돼야 한다. 사후약방문이 안되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교과서문제로 한일관계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일본측에 경고해 왔다.”

최대사는 98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과거직시, 미래지향’ 원칙을 상기하면서 “문화개방이 3차까지 되고 연간 인적교류가 330만명에 이를 만큼 ‘미래지향’ 원칙은 진전됐으나 역사교과서 문제로 ‘과거직시’ 원칙은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미일 외무장관회담이 개최되는 등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일본외교가 활발해지는 느낌인데….

“일본은 장기적 경기침체로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감을 상실했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본은 자신들의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심기일전하려 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일본과 ‘경제적 부담’만 나눠 가졌다면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 힘’도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이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경제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90년 걸프전 당시 ‘국민 1인당 110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부담했지만 별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경제적 기여는 호평받을 것이다.”

▼남북 모두 일본 경제력에 기대▼

―북―일 관계가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에 비해 답보상태인데….

“북―일 관계 개선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서로 원하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타이밍’이 언제냐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유럽연합(EU)국가 등의 대북수교가 절정에 이르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진전된 합의를 이뤄내게 되면 일본도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대사는 마지막으로 “한일관계는 감정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 차원에서 사려 깊게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의 망언은 결코 용납돼선 안되며 그의 ‘옷’을 벗길 정도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사적 발언에까지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이 작은 나라가 아닌 만큼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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