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술취한 일본인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씨

  • 입력 2001년 1월 27일 19시 55분


"30분 후면 집에 도착한다"

비극의 주인공인 일본 유학생 이수현(26·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중)씨가 사고를 당하기 5분 전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에게 남긴 말이다.

그러나 이씨는 30분 후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말았다.

이씨는 26일 밤 도쿄 국철인 JR 야마노테센(山手線)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미끄러져 철로에 떨어지자 구하려고 철로로 뛰어내렸다가 때마침 역 구내로 들어오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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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고려대를 휴학하고 일본에 와 도쿄에 있는 ‘아카몽카이 일본어학교’에 입학한 것은 지난해 1월.

이씨의 꿈은 일본유학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무역회사에 입사해 두 나라 교역을 담당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평소 정의감이 강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유학생들 사이에서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는 이씨.

일본에서 돌아와 한국무역의 발전에 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던 이씨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은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씨의 사고에 대해 한국·일본 언론은 모두 '살신성인’이라는 제목을 붙여 크게 보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씨의 사연이 양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씨의 죽음 다른 한편에서는 2002월드컵 공식명칭 표기순서를 둘러싸고 한·일 네티즌 감정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씨의 죽음이그의 생전 소원대로 한국과 일본의 감정싸움을 가라앉히는 '가교'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가슴 아픈 죽음앞에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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