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권委 만들기론 했지만…

  • 입력 2001년 1월 27일 18시 36분


인권법 제정에 따라 설립될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놓고 민주당과 법무부가 이견을 보이며 접점을 찾지 못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19일 인권법 시안을 확정, 이달말 법무부와 협의해 당정 합의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인권위원회 설립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어 합의안은 쉽게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권법은 인권과 관련된 국가기관과 단체, 개인의 활동을 감시하고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하는 인권위원회의 설립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 중 당정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설립형태, 예산안 제출, 출석 불응시 제재 방식 등 크게 3가지.

▼"한국적 풍토 고려해야"▼

▽설립형태〓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시안에 따르면 인권위원회는 ‘소속 없는 정부조직(독립적인 국가기구)’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인권과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해치는 행위를 감시, 조사하도록 했다.

이는 ‘민간기구’로서는 힘있는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다는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것.

반면 법무부는 인권위원회가 ‘비정부 조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인권법 검토자료’라는 문건을 통해 “인권위원회가 정부 조직에 들어갈 경우 통치권자의 의지에 따라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다른 국가기관과 함께 정부에 속해 있으면 정부 조직간 봐주기식 조사라는 의혹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현재 넓은 의미의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여성특별위원회’, ‘노동위원회’ 등 기존 정부 조직과 업무가 중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법 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정부조직이 설립되는 그 자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정치 사회적 풍토를 고려할 때 권력기관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국가기구가 돼야 하고 그래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 효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인권위를 민간기구로 만들 경우 국가가 인권보장에 대한 최종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인권보장을 국가의무로 규정하는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예산안 제출〓민주당의 시안은 인권위원회가 정부 조직으로서 직접 책정한 예산안을 예산 당국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인권위원회가 책정한 예산안이 법무부를 경유해 예산당국에 전달되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의 안에는 ‘법무부가 예산안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법무부가 인권위원회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벌금형-과태료 서로 맞서▼

▽출석 불응시 제재〓인권위원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민주당은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주장하는데 비해 법무부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안은 조사권의 실효성 확보를 주장하는 인권단체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 반면 법무부는 현재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도 그런 경우가 없고 ‘무고(誣告)’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벌금형에 반대하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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