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신수정/신춘문예 공개심사 돋보인 '작품'

입력 2001-01-26 18:35수정 2009-09-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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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는 오랫동안 한국문학의 큰 축제이자 그 향방을 가늠하는 예민한 좌표로 기능해왔다. 해마다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각 장르의 신예를 발굴하는 이 제도를 통해 한국문학은 독자 대중과 행복하게 교감하며 스스로의 자리를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학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출판 경로가 다변화되면서 일간지 신춘문예의 위상과 영향력이 갈수록 퇴조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심사과정의 공정성이나 작품 선정의 객관성을 문제삼는 일련의 시비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시비의 전말과 상관없이 신춘문예의 권위 자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작금의 상황은 신춘문예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과 쇄신의 기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과감한 혁신은 단연 돋보였다.

먼저 원고 모집이 시작된 시점부터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진행상황을 고지한 것부터가 신춘문예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달라진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Q & A’난을 통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1 대 1로 풀어주는 쌍방향 의사 소통이 시도된 것이나 시와 소설의 경우 당선작이 확정된 뒤 본선 진출작 모두를 심사평과 함께 수록, 독자들이 직접 당선작과 비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등은 납득할 만한 기획들이었다고 평가한다. 신춘문예가 시작된 지 80년 만에 비로소 1월1일자 종이신문에 당선작과 간단한 심사평, 수상소감만 게재하던 오랜 형식적 관행이 무너진 것이다.

신춘문예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시도였던 만큼 이런 혁신의 의미나 효과를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단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덧붙여 신춘문예 본연의 축제적 성격을 되살렸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의의다. 사실 그동안 신춘문예는 단 한 편의 당선작을 내기 위해 수많은 응모자들을 이름 없는 들러리로 세우는 작품 선발전의 성격이 강했다. 모두가 당선을 목표로 하지만 당선자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이른바 ‘신춘문예용’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정형화된 작품의 틀이 만들어졌고, 정작 그 과정을 통해 선발된 당선자들은 별 다른 후속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기도 했다.

하지만 쌍방향 의사소통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동아일보의 2001년 신춘문예는 응모에서 당락에 이르는 과정 전체를 모두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한바탕 축제의 마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장기침체에 빠진 신춘문예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과감한 시도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쪼록 이번 시도가 일회적인 사건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변화의 첫 걸음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신수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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