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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포럼]사공일/세계는 우리를 분석한다

입력 2001-01-25 18:27업데이트 2009-09-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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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에 정부가 발표한 ‘2000년도 정부 업무 평가 종합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선진 일류 국가의 기본인 법과 질서의 존중과 책임지는 풍토의 확립’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정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다.

197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자유주의 신봉자로 널리 알려진 카를 군나르 뮈르달 교수는 오래 전에 ‘사회적 기율’이 없는 나라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민, 나아가 모든 사회계층에 ‘의무를 부과하기를 꺼리는’ 연성국가(soft―state)의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법·질서가 존중되는 풍토 조성을▼

또한 그는 국민에게 부여된 의무가 엄격히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법과 규제에 의해 국민의 의무 수행을 ‘강요’할 때에는 어디까지나 그 집행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통해 자의적인 재량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뮈르달 교수가 펼친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이론의 전반에 관해 일부 의견을 달리할 수는 있을지언정, 오늘날 개도국들이 일류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겠는가.

법과 질서가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으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필자는 사회적 기율을 바로잡고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와 흔들림 없는 자세가 금년도 국정 운영과 경제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정책 집행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우리 사회는 의약분업 관련 의료계 파업, 금융기관 및 공기업 구조조정 관련 노조파업과 경영진 불법감금 등 수많은 불법 집단행위와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용납해 왔다. 또한 인기 영합과 정쟁에만 급급해온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고 2세 교육에 지장을 줄 정도의 일들을 스스럼없이 해왔다. 이런 나라가 과연 일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또한 단기적으로 시급한 국제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결연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1997년에 들어오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한보 및 기아 처리 과정과 노동 관련 입법 및 금융개혁 입법 무산 과정에서 보여준 무원칙과 정치적 인기영합주의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태국에서 환란이 일어난 이후 국제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타 신흥시장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을 때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련의 조치들을 취한 꼴이 됐던 것이다.

오늘 이 순간에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정책의지와 정치권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정밀 분석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결의와 능력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제금융시장을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만으로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 원칙과 일관성 있는 국정운영과 법을 어기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책임 소재가 분명치 못해 일어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정치권 먼저 책임 다해야▼

정치권도 하루 속히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무책임하고 비생산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국민 모두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문제 해결에 앞장섬으로써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1997년의 환란을 우리 모두의 꿈인 일류 선진국가 건설을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슬기롭게 매듭짓는 데 우리 모두가 적극 참여할 때다.

사공 일(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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