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곤잘레스와 클리블랜드

  • 입력 2001년 1월 19일 19시 32분


이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남은 대어 후안 곤잘레스가 결국은 클리블랜드 행을 택했다.

지난 1996년과 1998년 두차례나 아메리칸리그 MVP룰 수상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점머신으로 명성을 날렸던 곤잘레스지만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인해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은 많이 잃어버린 상태.

계약기간도 단발성인 1년이며 연봉도 겨우(?) 1000만달러밖에 되지 않아 불과 1년 전만 해도 역대 최고의 조건을 제시받았던 곤잘레스의 주가가 얼마나 평가절하되어 있는지는 짐작하게 해주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뛰었던 곤잘레스는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22홈런, 67타점만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부진의 원인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부상못지 않게 곤잘레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디트로이트의 홈구장인 코메리카 파크의 드넓은 외야였다.

2000시즌 곤잘레스의 홈-원정 경기 성적

홈경기 - 0.267, 8홈런, 31타점

원정경기 - 0.307, 14홈런, 36타점

실제로 곤잘레스는 시즌 내내 코메리카 파크의 좌측 펜스 길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구단과 마찰을 일으켰고 디트로이트가 재계약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코메리카 파크의 좌측 펜스를 당겨줄 것을 요구하는 등 디트로이트와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히 밝혀 타구단으로의 이적이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곤잘레스가 자신을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디트로이트를 외면하고 클리블랜드와 계약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많은 팀 중에서 곤잘레스는 왜 클리블랜드를 선택했을까?

곤잘레스의 클리블랜드 행은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으로 양쪽 모두가 원하는 부분을 모두 만족시킨 윈-윈 계약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곤잘레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코메리카 파크보다는 타자들에게 친숙한 제이콥스 필드같은 구장이 필요했고 클리블랜드 입장에서는 매니 라미레즈의 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는 곤잘레스를 비교적 싼값에 활용할 수 있어 전력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곤잘레스가 제이콥스 필드에서 기록한 성적을 살펴본 것이다.

2000시즌 - 6경기 출장, 0.440, 3홈런, 5타점

통산 - 0.321, 21홈런, 49타점

곤잘레스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지난 시즌에도 유독 제이콥스 필드에서만은 강점을 보였고 통산 기록에서도 펜웨이파크 다음으로 제이콥스 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텍사스의 홈구장인 알링턴 파크는 제외)

어떤 선수든 자신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구장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법인데 곤잘레스 입장에서는 제이콥스 필드가 바로 그러한 구장인 셈이다.

제이콥스 필드의 친숙함도 장점이지만 곤잘레스에게 가장 매력적인 점은 바로 클리블랜드라는 팀의 존재이다.

곤잘레스의 최대 강점은 누가 뭐래도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타점생산 능력.

곤잘레스는 1996년 144타점을 시작으로 97년 131타점, 98년 157타점, 99년 128타점 등 96년 이후 4년간 무려 560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년 평균 140타점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이 기간동안 그 어떤 메이저리그 선수도 곤잘레스보다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타점 생산 능력은 독보적이었다.

그렇다면 올시즌 곤잘레스가 뛰게될 클리블랜드는 어떤 팀인가.

지난 시즌 950득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득점부분에서 2위를 차지했고 99시즌에는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4자리수(1008득점)의 득점을 올릴 정도로 막강한 타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이다.

특히 곤잘레스 앞에 포진할 캐니 로프턴, 오마 비즈켈, 로베르토 알로마 세 사람의 존재는 곤잘레스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캐니 로프턴 - 출루율 0.369, 107득점, 30도루

오마 비즈켈 - 출루율 0.377, 101득점, 22도루

로베르토 알로마 - 출루율 0.378, 111득점, 39도루

이들은 정교한 타격과 높은 출루율, 뛰어난 득점력과 빠른 발까지 모두 갖춘 메이저리그 최고의 찬스메이킹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곤잘레스에게 수많은 득점 찬스를 제공해 줄 최정예요원들이다.

또한 이들뿐만 아니라 짐 토미나 트레비스 프라이맨, 엘리스 벅스 같은 강타자들이 뒤를 받치는 타선이라면 곤잘레스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예전의 기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곤잘레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을 재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예전의 기량을 회복해 내년 시즌 자유계약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인지 아니면 꺾여진 날개를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추락의 길을 걸을지는 올시즌 곤잘레스의 성적에 달렸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