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사사건건 극한적 대립

입력 2001-01-06 19:50수정 2009-09-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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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는 97년 대선 당시 ‘DJ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대치 상황을 연상시킨다. 97년 당시에는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후보측의 의혹 제기에 대해 국민회의측이 ‘김대중(金大中)후보 죽이기’라고 반발했으나 이번에는 한나라당측이 ‘이회창총재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97년 당시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의 싸움에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얽혀들었던 것처럼 이번 사태도 두 김(金)이 관계돼 있다. 3김(金)과 1이(李)가 물고 물리는 4자 구도로 전개되는 정국의 3대 쟁점을 정리해 본다.

▼쟁점1/이회창총재의 인지 여부 ▼

“수천억대의 자금이 수백명에게 살포됐는데도 선거전을 총괄한 선대위 의장이 몰랐다면 세 살짜리 아이도 웃을 일이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6일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대한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안기부 예산이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에 지급된 것을 선대위 의장이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알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은 또 96년 15대총선 당시의 신문기사를 복사해 기자실에 돌렸다. 기사는 ‘이의장(이총재)이 매일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강용식(康容植)기조위원장으로부터 선거 관련 업무를 보고 받는다’는 등의 내용.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로 일축했다. 이총재는 당시 총선 직전 신한국당에 영입돼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원유세를 하는 입장이어서 돈 문제를 알 수가 없었다는 것.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냈던 서청원(徐淸源)한나라당 의원은 “15대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자금문제는 선대본부장 전결사항이어서 자금의 규모나 성격은 선대본부장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총재의 연루 여부는 수사에서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쟁점2/YS의역공카드는 뭔가 ▼

김영삼 전대통령은 5일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태의 추이를 보아 가며 단호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4일 발언으로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YS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기조실장을 구속하고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부총재를 소환하는 것은 YS 목에 칼 댄 것과 마찬가지”라며 단호한 조치가 임박한 것처럼 말했다. 박의원은 “구체적인 대응책은 말하기 곤란하지만 조만간 단계적으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자꾸 말만 앞세우는 줄 아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YS의 다른 한 측근도 “저쪽(여권)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만큼 우리의 대응도 강화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YS가 DJ비자금 관련자료 등을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YS가 정말 DJ비자금 관련자료를 갖고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쟁점3/YS와 현철씨의 개입 여부 ▼

YS나 그의 차남 현철(賢哲)씨는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김기섭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안기부의 시스템을 잘 아는 인사들은 “알았을 것”이라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국정원의 예산은 단 몇십억원만 움직이려 해도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며 “YS가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기부의 한 전직 간부도 “안기부 예산은 사금고가 아니다”며 “대통령의 재가 없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그것도 총선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현철씨에 대해서는 사실 인지 여부를 떠나 개입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구여권의 한 민주계 인사는 “김기섭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현철씨에게 전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계 인사도 “당시 강삼재 신한국당 선대본부장이나 이원종(李源宗)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실세들과 현철씨의 밀접했던 관계를 생각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도 단계도 아니다”고 함구하고 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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