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년사에 담긴 뜻]"에너지난 해결 최우선과제"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52분


북한은 1일 ‘노동신문’(당보), ‘조선인민군’(군보), ‘청년전위’(청년보) 등 3개 신문 공동사설형식으로 발표한 올해 신년사를 통해 △6·15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남북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해 나가며 △경제회생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김정일의 세기' 공식화▼

공동사설은 특히 “21세기는 역사의 풍파 속에서 검증된 위대한 김정일(金正日)동지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꽃펴나는 영광스러운 세기”라며 21세기를 ‘김정일 세기’로 공식화했다.

▽대외관계〓올해 강성대국 건설방안으로 제시된 ‘21세기 사회주의 붉은 기 진군’ 이념의 첫 실천사항(자주정치).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라면 어떤 나라든지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말처럼 대외관계 개선에 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비난 자제-대외관계 중시▼

특히 지난해 신년사가 정치→경제→남북관계→대외관계 순으로 언급됐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정치→대외관계→경제→남북관계 순이었고, 미국 일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한 것도 눈에 띈다. 대미 비난을 자제한 것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등장을 앞두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대남 협력노선 계속 유지▼

▽남북관계〓사설은 “현 시기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중대하고도 원칙적인 문제는 6·15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남북화해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는 조국통일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밝혀 적극적인 통일관련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방제 통일방안을 내세우면서도 “온 민족이 화합하고 단결하면 그것이 곧 통일”이라고 지적해 북한이 실제 통일보다 ‘분단의 평화적 관리상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낳게 한다.

▽경제〓“올해 우리는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최대의 힘을 쏟아야 한다. 21세기에 상응한 국가경제력을 다져나가는 것보다 ‘더 중대한 과업은 없다’”고 밝혀 올해도 경제회생에 총력을 쏟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가장 중요한 전선은 전력공업과 석탄공업”이라고 해 에너지난 해결을 경제부문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김일성주석 사후 북한신년사

연도제 목주요 내용
95당의 영도를 높이 받들어
진군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당중앙위 영도의 확고한 보장
―농업 경공업 무역제일주의 전략 관철
―대미 평화보장체계 수립
96붉은 기를 높이
들고 진군
―김정일을 수반으로 한 당중앙위 두리에 굳게 뭉쳐 투쟁
―사회주의 3대 진지인 정치사상 경제 군사진지 구축
―대미 평화보장체계 수립 촉구
97당의 영도 따라 조국을
부강하게 건설
―붉은기 사상을 통한 김정일 중심 단결
―혁명적 영군체계와 군풍 확립
―미국 일본에 대북압살 적대시정책 포기 요구
98당의 영도 따라 총진군―김일성 유훈 관철 -농업생산 증대 촉구
―남한에 연북화해정책 요구
99강성대국 건설 전환의 해―김정일이 당 국가 군대. 유훈통치 종결
―사상 군사 경제강국의 3대 목표 제시 ―군민일치
2000천리마 대고조의 불길
속에 승리
―강성대국건설 3대 기둥은 사상 총대 과학기술 중시
―조국통일 3대헌장, 민족대단결 5대 방침 관철
2001고난의 행군 승리한 기세로 새세기 진격로를 열자―사회주의 붉은 기 진군은 자주 단결 애국애족 정치
―자주권 존중한다면 어떤 나라와도 대외관계 개선
―선군혁명노선은 사회주의 건설의 만능의 보검
―인민생활 향상
―조국통일의 중대 원칙은 6·15 북남공동선언

▼제목으로 본 북한 신년사▼

북한 신년사는 언제나 ‘전투적 구호’를 통해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신년사 제목은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한 기세로 새 세기의 진격로를 열어나가자’이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정치 경제 대외적 시련기로 규정했던 ‘고난의 행군’을 벗어났음을 선언하면서 ‘강성대국(强盛大國)’ 건설을 향해 박차를 가하자는 뜻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6·15 남북 공동선언을 계기로 대남관계를 비롯한 제반 대외관계가 급진전된 상황이 반영돼 있다.

신년사는 이를 위해 ‘21세기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에 주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은 ‘선군(先軍)혁명노선’을 기본으로 삼고 3개 실천사항으로 △자주 정치 △단결 정치 △애국애족 정치를 들고 있다. 이는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와 관계를 개선해 전방위 외교를 강화하고, 김정일(金正日)총비서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내결속을 다지며, 인민을 위한 경제회복에 힘써 체제이완을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1999년 신년사에서 강성대국 이념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강성대국 건설 3대 기둥’을 제시해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다. 올해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은 사상 군사 경제강국을 추구하는 종전의 강성대국 이념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대외관계 개선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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