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트리플더블 '용병들의 잔치'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5분


데릭스
농구에서 ‘트리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가로채기 블록슛 가운데 세 부문에서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전형을 보여준 매직 존슨을 계기로 널리 알려진 트리플더블은 뭐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의 잣대로 통한다.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이 트리플더블이 올 시즌 국내 프로농구에서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리온 데릭스(SBS)가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한데 이어 새해 1월 1일에는 조니 맥도웰(현대)이 자신의 통산 4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반환점을 눈앞에 둔 이번 시즌에 이미 7개의 트리플더블이 양산되면서 지난 시즌 8개에 딱 1개 모자란 상황.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화내빈’이라는 평가다. 주희정(삼성)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 선수의 손끝에서 나온 것. 지난 시즌 3개를 작성한 현주엽(골드뱅크)을 비롯해 기아 강동희(3회) 현대 이상민(2회) 등 ‘토종 트리플더블러’들이 모두 단 1개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데릭스, 블런트(전LG)와 함께 통산 트리플더블 4개로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는 현주엽의 침묵은 다소 의외. 현주엽이 신고조차 못한 데는 종아리를 다쳐 시즌 초반 고전한데다 어시스트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 골드뱅크 진효준 감독은 “용병들이 부상과 기량 부족으로 현주엽과의 콤비플레이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할 때가 많아 트리플더블이 줄어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동희는 요즘도 득점과 어시스트는 ‘10’을 넘기지만 체력 부담으로 리바운드 가담이 줄어들면서 트리플더블은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올시즌 트리플더블은 역대 최고인 98∼99시즌의 11개를 깨뜨릴 게 유력한 가운데 주희정 이상민 현주엽 등이 시즌 후반부 기록 경신을 거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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