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야당 단배식·간부회의 풍경…"무슨 영수회담"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1분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는 기본적으로 이번 ‘의원 꿔주기’ 사태를 여권의 개헌 추진 움직임과 관련지어 보고 있다. 여권이 ‘의원 임대’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DJP 공조복원을 서두른 것은 개헌 추진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1일 단배식에서 “야당을 겨냥한 어떠한 분열 책동에도 굴하지 않고 당헌과 정강에 명시된 현행 대통령제를 기필코 수호하겠다”며 또다시 개헌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총재가 1일 신년사와 2일 당 시무식에서 “의연하게 국민을 향해 큰 정치를 펼치겠다”며 새삼 ‘정도(正道)정치’를 강조한 것도 여권의 ‘개헌 책동’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일 당내 분위기도 4일로 잡혀있는 영수회담을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이날 긴급소집된 총재단―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 최병렬(崔秉烈) 박희태(朴熺太)부총재 등이 “비장한 각오로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면서도 “정계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이총재는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 모든 것을 총재에게 위임해 달라”고만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 성당을 찾아가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을 만나는 등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2일과 3일로 잡아놓았던 전직 대통령 예방 일정도 모두 연기했다. 이총재는 3일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후 영수회담 참석 여부를 결심한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가 김추기경을 만난 것은 영수회담에 응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총재가 영수회담에 응하더라도 단단히 벼르고 청와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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