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 "증시 대세하락기 마무리 국면"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1시 53분


"국내증시가 대세하락기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가급적 악재보단 호재에 주목하려고 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내년도 증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기환 삼성투자신탁운용 상무이사(37)의 압축된 내년도 시황관이다. 김 상무는 미국경기의 연착륙 과 국내 4대부문 구조조정의 성공여부에 따라 시장흐름이 결정되겠지만 현시점에선 가급적 악재보다 호재에 주목해서 자산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이 올해 사실상 붕괴되다시피 한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1차적인 원인은 IT주식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 있었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전세계 증시가 IT주식의 성장성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했다. 당장 순이익을 못내도 몇 년후 '떼 돈'을 벌수 있다는 환상에 젖었든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기대감은 올해 무참히 깨졌다. 닷컴업체나 벤처기업들도 경제의 일반적인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증시에서 촉발된 기술주에 대한 매도가 코스닥시장에선 더욱 증폭됐다. 99년 단기급등한 후유증에다 각종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여기다 외국인과 국내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을 떠나면서 수급균형이 깨진 것도 급락을 가져왔다.

개인적으로 현가격대도 결코 코스닥 등록기업의 가치에 비해 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가하락할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내년도 미국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최대 관심사다.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지.

"현시점에서 연착륙과 경착륙의 성공가능성을 각각 50%로 보고 있다.

미국증시가 98년 롱텀 캐피탈사태와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나 엄격히 말해 그때보다 상황이 나쁘다. 미국기업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또한 닷컴기업이나 IT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회의도 확산되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단기금리만으론 경제의 하강속도를 제어하기 힘들다고 본다.

물론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경기제어능력과 부시행정부의 감세정책 등으로 경기하락 충격을 상당부문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지난 90년대 성장거품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경착륙한다면 나스닥시장은 180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국내증시에 미칠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올 한해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성공했다고 평가하는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성적표는 주가가 말해주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50%이상 하락한 것은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주가하락은 한계기업을 근본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채권단에서 추가 자금지원 등을 통해 연명시켜 준 것에 대한 '시장의 저주'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의 주체와 원칙부재로 시장의 신뢰를 거의 얻지 못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번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사실상 기업과 은행구조조정 작업의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효과에 대해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합병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두 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할 은행이나 국내은행산업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본다. 초대형 은행의 탄생으로 나머지 은행들도 합병을 모색하면서 국내은행업계는 자연스럽게 서너개 대형은행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는 은행의 예대마진 상승과 수신금리 인하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다만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이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중복점포 통폐합과 인원감축이 전제돼야 한다. 노조의 저항으로 이를 달성할지 회의적이다. 이같은 노력이 뒷받침되지 합병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퇴출을 요구한 기업들이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어 내년 증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같다.

"올해 국내증시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요동을 쳤다. 내년에도 현대건설 등 시장에서 퇴출 내지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한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이미 50%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하락폭은 적다고 본다. 한계기업에 대한 처리가 지연될 경우 450포인트대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삼성전자 주가도 약세가 불가피한가.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상승추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 일부 외국계 헷지펀드에서는 내년초부터 삼성전자를 대량 매도할 것이란 얘기도 들리고 있어 상당기간 20만원을 상향돌파하기 어렵다고 본다. "

-내년도 투자유망 업종은.

"아무래도 은행업종이 상반기 국내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같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촉발된 은행주들이 시장초과 수익률을 낼 전망이다. 내년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면 수출관련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바닥권에서 탈출하는 내년 하반기부턴 업종대표주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김기환 삼성투자신탁운용는 주가하락(상승)폭보다는 '상승(하락) 기간'을 중시하는 운용철학을 갖고 있다. 최고가 대비 몇% 하락한 것보다는 '하락기간이 얼마나 되냐'를 보고 주식편입비중을 결정한다.

김 상무는 국내증시가 올 한해동안 온갖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본다. 이제부턴 하락추세에서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구조조정이란 체계적 위험이 하락기간을 다소 연장시킬 수 있지만 현지수대에서 추가하락폭은 크지 않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내년 하반기 상승을 염두에 두고 2/4분기 이후 주식투자비중을 늘리라고 권한다.

김 상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후 91년부터 대한투자신탁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대한투신 신탁재산 운용팀장과 마이다스자산운용 상무이사를 거쳐 올 8월부터 삼성투자신탁증권 상무이사로 재직중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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