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뉴질랜드 남섬, 순백의 얼음산 날아갈까…걸어갈까…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지금 남반구의 뉴질랜드는 화창한 봄. 사람(마오리족)이 살기 시작한지 불과 1000년밖에 되지 않은 이 ‘청정의 땅’을 여행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계절은 없다. 아는 만큼 보고 본 만큼 느낀다는 여행. 그러려면 화산지대인 북과 빙하지대인 남, 이 두 섬의 판이한 지형을 알아 두면 좋다. 볼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섬 최고의 관광지인 로토루아의 가이저(간헐천)는 화산작용으로, 남섬의 대표적인 관광지 퀸스타운과 밀포드사운드는 모두가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섬의 척추격인 서던알프스산맥의 빙하는 겨우내 덧쌓인 눈으로 눈부시리 만큼 아름답다. 태고적 순수함이 간직된 빙하를 찾아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을 닮은 도시’라는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로 날아간다.>

▲뉴질랜드 남섬 서던알프스산맥의 마운트쿡 국립공원에 있는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태즈먼 빙하.

바닷가와 맞닿은 크라이스트처치는 도시 자체가 런던의 하이드파크를 연상케 하는 정원도시(Garden City)다. 도심 한가운데의 공원에는 장정 서너명이 둘러싸야 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참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공원 중간을 가르는 개울에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곤돌라처럼 흰셔츠 차림의 멋진 젊은이가 작은 배에 관광객을 태우고 유유히 삿대질하며 지난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 서쪽의 캔터베리평원을 지나 두시간만 달리면 일년 내내 흰 눈에 덮여 있는 서던알프스산맥 아래에 닿는다.

그 설산 아래서 만난 데카포 호수. 잔잔한 수면 위로 서던알프스의 장대한 산악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섬의 수는 모두가 빙하의 자취다. 그 빙하가 젊은 땅 뉴질랜드에서는 서던알프스에 아직도 성성히 남아 있다. 캐나다 미국 유럽알프스 등 지구 북반구의 대부분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며 점점 작아지고 있다지만 서던알프스의 몇몇 빙하는 불가사의하게 지금도 점점 더 커진다고 한다.

◆ 마운트쿡 국립공원

마운트쿡(해발 3755m)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 그 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운트쿡 국립공원에는 뉴질랜드의 해발 3050m 이상의 산 27개 중 22개가 포진해 경관이 압권이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뉴질랜드 최대의 태즈먼빙하도 마운트쿡의 남동편에 있다. 마운트쿡은 에베레스트산을 초등한 에드먼드 힐러리경(뉴질랜드)이 어린 시절 등반기술을 연마하던 산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운트쿡 빌리지. 여기에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더 허미티지가 있다. 이유는 가장 경관이 좋다는 것. 들어가 보니 과연 소문대로다. 전면의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흰 눈 덮인 서던알프스의 장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배낭여행자들은 이 마을에 2, 3일 머물면서 가이드 트레킹을 하면 좋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은 관광객은 빙하 체험비행을 권한다. 바퀴 대신 스키플레이트를 장착한 경비행기로 빙하 위에 착륙한 뒤 태고적 순수함 그 자체인 빙하를 만져 보고 그 위를 걸어 보는 투어다.

◀ 태즈먼빙하 설원에서 이륙한 경비행기가 마운트쿡 국립공원의 설산 사이를 비행하고 있다.

관광객을 태운 경비행기는 빙하 근방에 있는 마운트쿡 비행장을 이륙하자마자 설산고봉이 줄지어 달리는 듯한 서던알프스산맥의 능선을 향해 날아갔다. 아래 계곡에는 빙하에 의해 형성된 퇴적물(모레인)지대에 만들어진 터미널레이크(호수), 거기서 배출된 밀키블루(푸른 색이 감도는 우유빛)의 빙하 녹은 물이 강(태즈먼 리버)이 되어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비행기는 마운트쿡 정상 주변을 비행한 후 빙하 산을 이룬 곳에 여의도 만한 크기로 형성된 거대한 설원위로 썰매처럼 미끄러지면서 사뿐히 내려앉았다.

태즈먼빙하다. 얼음 두께가 600m라고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빙하산은 중간 중간 함몰된 채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붙든다. 너무 멀어서 그 크기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는데 망원렌즈를 통해 보이는 빙하산 아래의 경비행기와 관광객 모습과 비교해 보니 대략 서울 남산만할 것으로 짐작됐다. 빙하지대의 기온은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근한 봄날처럼 빙하위도 포근했다. 코발트 블루의 청명한 하늘과 리얼화이트의 얼음과 눈이 극한 대비를 이루는 태즈먼빙하로의 1시간 여행.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로 남고도 남는다. 그러나 한가지, 경주 토함산에서 수평선 일출을 만나기 만큼이나 어려운 게 빙하체험비행이다. 바람이 조금만 강해도 운항이 취소되기 때문.

◆ 웨스트랜드 국립공원

서던알프스산맥의 주능선을 기준으로 마운트쿡 국립공원과 반대편(서쪽)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아직도 그 크기가 늘어나는 프란츠 요제프 빙하와 폭스빙하가 여기에 있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15년동안 내린 폭설 덕분. 빙하트레킹, 체험비행 모두 할 수 있다. 11∼4월에는 ‘밀키블루’에서 래프팅도 즐긴다. 래프팅투어 가격은 1시간반에 38뉴질랜드달러.

<글 사진 조성하 기자>

◇ 패키지 여행

● 관광코스〓롯데관광(02―399―2306)은 마운트쿡 국립공원과 크라이스트처치, 데카포호수, 피요르드와 빙하호 크루즈를 바닷가재회, 온천욕, 마오리족 전통음식과 민속춤 공연, 농장체험 등과 함께 즐기며 10일간 뉴질랜드 남북섬을 두루 여행하는 패키지를 판매 중. 출발은 내년 1월 매주 수요일(17, 24, 31일).

● 가격〓△항공완전일주 179만원(어린이 169만원) △피요르드 빙하일주 199만원(어린이 179만원). 평소 남북섬 8일에 199만∼209만원인 것과 서울∼크라이스트처치 항공료만 10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 전세기(대한항공)를 이용한 덕분이다.

● 식도락 특미〓전통 항이디너, 해물뷔페, 저택정원의 바비큐디너, 절벽꼭대기 스카이라운지에서의 디너, 연어회 한정식과 바닷가재 회, 과일농장에서 즐기는 쇠고기 사슴고기 바비큐, 뉴질랜드산 와인(매일 저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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