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불안감 "달러사자" 부채질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8분


연말에 환율이 크게 오른다는데 맞나요 (암달러상)

글쎄요. 크게야 오르겠습니까 (시중은행 외환딜러)

최근 들어 시중은행 외환딜링룸에 부쩍 자주 걸려오는 암달러상들의 문의전화다. 그만큼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 외환딜러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심리를 반영하듯 2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3월31일 이래 20여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원화약세를 보였다. 외환 딜러들은 환율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내 업체의 달러수요이지만 근저에는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과 불안한 금융권 구조조정 및 무역흑자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있다고 평가한다.

▽왜 올랐나=전날 미국 나스닥시장 폭락에 따라 국내 증시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외국투자자들이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를 1223원에 사들인 것이 발단이 됐다. 그만큼 환율이 오를 것으로 미리 내다본 것이다. 이같은 상승세에 불을 지핀 것은 정유사와 국내은행들의 달러 결제수요였다. 정유사들은 달러가 오르기 전에 미리 석유를 비축하려는 의도로 꾸준히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주문을 냈다. 은행들도 연말 외환대손충당금을 쌓기 위해 1억5000만달러나 매수주문을 냈다. 달러에 대한 엔화가 이날 113엔대까지 오른 점도 원화 약세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한국은행 이창복(李昌復)외환시장 팀장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조짐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며 국내 달러수요가 증가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고 엔화약세가 원달러환율 상승을 부추키고 있다 고 말했다.

▽경제펀더멘탈에 대한 불안=외환당국의 이같은 평가와 달리 외환딜러들은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외환시장을 훨씬 앞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정유사 등 기업들이 필요한 달러를 미리 당겨 사들이는 가수요가 일부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김정태외환딜러는 최근 원달러상승의 90%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며 은행 파업 등 금융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한 불안감과 내년도 무역수지 흑자가 크지않아 달러공급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씨티뱅크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 증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으며 이것이 곧바로 외환시장의 원화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며 환율이 폭등하는 것보다 최근처럼 야금야금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더 좋지않다 고 말했다.

▽환율 전망=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인 치아 리앙 리안은 이날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원화의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며 원달러환율이 124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엔화약세를 감안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고 분석했다.

엔화약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지도 관건. 외환딜러들은 일본경제가 침체를 보이고 있어 향후 6개월동안 엔화가 115엔대까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럴 경우 원달러환율도 1270원대까지도 넘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의 차백인(車白仁)연구원은 서둘러 구조조정을 끝내고 금융시장 등이 안정을 찾는 것이 관건 이라며 3개월 내에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을 찾는다면 1200원대에서 등락을 할 가능성도 있다 고 내다봤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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