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겨울철 나무 '잠복소' 해충 방제 효과없다"… 시간-비용 낭비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53분


겨울이 시작되면 몸통 중간에 가마니 조각을 둘러친 나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 조각의 정확한 명칭은 ‘잠복소’. 가마니 조각에 해충을 끌어들여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한 뒤 이듬해 봄에 태워 버림으로써 그 속의 벌레까지 함께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잠복소 설치가 실제 나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업연구소 해충관리연구실 김준범 박사는 “원래 잠복소는 80년대 초 흰불나방과 솔나방이 기승을 부릴 때 효과적인 방제법으로 쓰였다”고 말한다. 흰불나방은 나뭇잎을 갉아먹는 해충으로 160여종의 활엽수 잎을 먹을 수 있는 무차별적인 식성을 갖고 있고 심지어 풀도 갉아먹는다. 솔나방은 소나무만을 골라 괴롭히는 해충.

이 벌레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애벌레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번데기로 겨울을 난다. 그런데 중간에 잠복소가 있으면 거기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 따라서 이듬해 이른봄에 이 놈들의 번데기가 우글거리는 잠복소를 태우면 그 해 해충방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효과적인 방제작업과 기생벌 등 천적의 출현으로 최근에는 이 해충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김 박사는 “요즘은 잠복소를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잠복소 설치는 비용과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오히려 나무에 이로운 벌레들을 솎아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잠복소가 나무에 설치돼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강석기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