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전철 水仁線 지하화' 운동 열기

  • 입력 2000년 12월 8일 01시 07분


“매일 새벽 기차소리에 놀라 잠을 설치고 석탄가루로 뒤범벅이 되는 아파트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살고 있는 이광용씨(42·회사원)는 “촘촘한 아파트 밀집지역 중심에 열차가 지나가면서 도시를 양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인천 연수구 주민들은 전철 수인선의 연수구 구간이 땅 위로 건설되는 것에 반대하며 이 구간을 지하화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수원∼인천간 52.8㎞의 전철 수인선은 지난 30년대부터 95년까지 협궤열차가 다녔던 이 구간을 전철화 시키려는 것으로 연수구 지역에는 철로를 놓을 땅이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

철도청은 올해안에 설계를 시작해 2006∼2008년경 전체 구간을 개통시킬 계획이며 예상 교통량이 많은 인천 연수구 연수동∼경기 시흥시 정왕동 간 11.3㎞를 우선 공사할 계획이다.

이 철도가 현재의 계획대로 놓이면 기찻길이 연수구 지역을 완전히 반으로 갈라 놓아 도심을 기형적으로 만들고 기차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등으로 환경 오염이 커진다.

특히 철도청이 1997년 분석한 수인전철 예상 물동량을 보면 연간 132만t의 무연탄이 이 노선을 이용해 수송되며 시멘트와 비료, 양곡, 건설자재 등도 이 노선을 통과해 운반된다.

주민들은 “수인선에는 무연탄이나 곡식 등을 나르는 화물차도 다닐 계획이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따라 지난 10월13일 ‘연수구 청년문화인회’ 등의 지역단체와 아파트 부녀회 등 50여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올바른 수인선 건설을 위한 인천시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수인선 지상화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의회는 곧바로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인천시의회에 수인전철 지상화 반대 청원을 제출했다.

시의회는 9일 건설위를 시작으로 정기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시민협의회 이혁재집행위원장(30)은 “수인선 지상화 계획은 주민들이 겪게 되는 피해나 불편, 삶의 질 문제는 무시한채 정부가 여전히 개발 논리만 내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구간의 토지 소유주들 중 일부는 지하화 논란보다는 조기 착공을 희망하고 있다. 철도청은 수인선 지하화가 예산이나 열차 운영면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철도청 관계자는 “현재 수인선 전체 사업비를 2139억원으로 예상하지만 인천시 구간을 지하화하려면 7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고 화물차의 역사를 지하에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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