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정동영 '권노갑 퇴진' 발언..."진정갖고 한 말

  • 입력 2000년 12월 5일 21시 12분


"제2의 김현철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의원이 권노갑 최고위원을 겨냥하면서 대통령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선 권최고위원의 인사개입설은 물론 그와 관련된 증권가의 입소문까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썰렁하다 못해 얼어붙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최고위원회의인만큼 당사자인 권의원도 함께 한 자리였다. 그것도 대통령 면전에서 꺼낸 폭탄발언이었으니, 어지간한 결심이 아니고선 어려웠을 터.

때 맞춘 듯 이재정, 김태홍, 김성호 등 초선 의원 11명도 '퇴진 주장'을 거들었다. 권최고위원측은 즉각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권력투쟁설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정동영 의원은 "대통령과 당사자 앞에서 진정성 없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 유일한 40대 최고위원이자 김근태 의원 등과 함께 올해 '백상 신사상'을 받기도 한 그는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 등을 거명하면서 대권 열망이 있음도 솔직하게 밝혔던 사람이다.

정의원의 발언은 '여권 내분을 부추겼다'는 지탄과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았다'는 공감이 엇갈린다. 정치 동네가 원래 요지경이라서 어느 의견에 동조해야 할지, 쉽게 역성 들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뒷전에서 수근대는 것 보다 대통령 앞에서, 그리고 당사자 앞에서 할 말 하겠다는 자세는 요즘 같은 정치판에서는 드문 일. '정치 객장'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더 두고 보자.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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