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프로스펙스, 자유를 꿈꾸는 '서태지 룩'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7시 45분


15억원 몸값의 광고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문화대통령, 10대의 지존, 서태지가 등장한 프로스펙스 CF가 그것.

첫 화면은 붉은 색 레게머리를 넘기는 서태지. 그는 콘크리트로 밀폐된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는 서태지가 아니라 닫힌 공간에서 고뇌하는 모습.

10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컷이 핌프 록의 리듬에 맞춰 빠르게 커팅된다. 실험실의 청개구리, 훨훨 날고 싶어하는 독수리, 태엽으로 작동하는 깡통 로봇. 이것은 하나같이 갇혀서 억압받고 통제된 이미지들.

흥미로운건 로봇의 이미지. 태엽을 감은 만큼 움직이는 로봇처럼 사회에 조종당하는 10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분신같은 것. 인형임을 거부하는 10대의 저항처럼 로봇은 불타오르고 나즈막하게 읊조리는 서태지의 강렬한 메세지.

'네 생각이 아닌건 태워버려'

뒤를 이어, 자신을 태워버리고 새롭게 태어난 10대의 자유롭고 도전적인 모습이 격렬하고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벽을 타고 점프하는 스케이트 보드, 질주하는 인라인 스케이트의 역동적인 컷들.

앞에서 펼쳐진 이미지가 모조리 서태지의 머리 속에서 빼내온 것일까. 뇌파측정기가 서태지의 머리 속을 인화하여 직직거리며 우씨(OOC) 마크를 그려낸다.

프로스펙스의 신규 브랜드 우씨(OOC)는 'Out Of Class'의 약자. 우씨, 언뜻 욕설처럼 들리는 것부터 기발하다. 이 반항적인 브랜드명은 직역하면 '교실 밖으로'다. 넓게 보자면 제도와 고정관념, 편견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틀을 깨고 자유와 도전을 꿈꾸는 10대의 열망을 대변하기 위해 서태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모델.

이 광고는 서태지의 고유한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된 한편의 짧은 뮤직비디오 같다. 카리스마적인 어필보다 내면적인 고뇌를 내비치는 모습은 자신 역시 10대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함께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무엇보다 이 CF의 매력은 '이미지 퍼즐' 맞추기처럼 짜여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뭐가 뭔지 모르게 빠른 속도로 장면이 스쳐가지만 시청자는 그것을 하나 둘 찾아내 자신만의 스토리를 꾸미고 퍼즐을 맞춰 전체를 완성하게 유도한다. 다행인 것은 짧게 멈추는 스타카토의 화면이 무의식에 저장돼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씨는 이렇게 기본적인 스포츠 아이템에 10대 문화의 요소인 힙합룩, 보드룩, 'easy&soft' 등을 매치시킨다. 이제 우씨는 태지룩으로 통할 것이고 하나의 패션 장르이자, 청소년 문화까지 아우르는 퓨전 브랜드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신세대 패션에도 숨결을 다시 불어넣는 서태지. 우리가 할 일은 서태지가 자신의 거대한 힘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지켜보는 것!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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