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1월 27일 17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죽어도 여한이 없을만큼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어." 풋내기 사춘기 소녀의 어리디 어린 꿈 같은 희망쯤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바로 당신의 마음 어디인지 모르는 깊숙한 어느 곳에 이런 마음이 자리잡고 있을지도.
우울한 일요일, 내가 흘려보낸 그림자들과 함께
- Gloomy Sunday -
내 마음은 모든 것을 끝내려 하네
곧 촛불과 기도가 다가올거야
그러나 아무도 눈물 흘리지 않기를...
나는 기쁘게 떠나간다네...
죽음은 꿈이 아니리...죽음 안에서 나는 당신에게 소홀하지 않네
내 영혼이 마지막 호흡으로 당신을 축복하리
영화 '글루미 썬데이 (Gloomy Sunday)'는 1988년에 발표된 닉 바르코의 소설 '슬픈 일요일의 노래'를 원작으로 노래에 관한 이야기와 약간의 상상을 첨가해 스크린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글루미 썬데이'는 동유럽의 장미라고 불리며 유럽 역사의 비밀을 안고 있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나는 러브 스토리. 하지만 이 러브 스토리는 단순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매혹적인 눈빛을 가진 여인 '일로나'와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자보, 안드라스, 한스-의 죽음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로맨스와 함께 주제가이자 비극적인 일화들을 담고 있는 '글루미 썬데이'가 영화속에서 휘몰아치며 관객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찬가, 죽음을 부르는 노래. '글루미 썬데이'를 칭하는 말들은 죽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1936년 4월 30일. 프랑스 파리, 세계적인 레이 벤츄라 오케스트라 콘서트. '글루미 썬데이'를 연주하던 단원들은, 드럼 연주자의 권총 자살로 시작해 연주가 끝난 후 한 사람도 살아 남아 있지 않았고, 레코드로 앨범이 발매된 지 8주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이 자살했다.
자살했던 사람은 가정주부, 공무원, 가구제조자 등 그 층이 다양했지만, 그들의 자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죽기 며칠 전부터 '글루미 썬데이'를 들었고, 자살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글루미 썬데이'를 들으며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 뉴욕 타임즈는 '수백 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라는 헤드라인으로 특집기사를 실었고, '글루미 썬데이 클럽'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1968년 1월 7일, 이 노래의 작곡가인 레조 세레스 역시 연인을 잃은 아픔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고층빌딩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하고만다.
그 이후로 '글루미 썬데이'에 관한 이야기들은 60년동안 계속 얘기가 되어 왔다. 그리고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레이 찰스(Ray Charles),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 등 수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의 마력에 빠져들어 '글루미 썬데이'를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다.
이런 믿지 못할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듣기 시작한 음악들은 죽음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생각나기보다는 아름다운 선율들이 흘러나와 왜 이 음악을 들으며 죽음을 선택했는지 약간은 의아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이 마력에 휩싸인 선율들에 몸과 마음을 담그다 보면 어느새인지 모르게 묘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버려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부다페스트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의 아픔을 음악으로 표현해낸다.
'글루미 썬데이'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시작으로 영화의 배경이 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의 배경들이 생각나는 듯한 음악들이 앨범 전체에 흐르고 있다. 사랑을 잃은 여인의 슬픈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은 덧없이 흘러가버린 찰라의 사랑과 얽히고 얽혀버려 이제 풀어지기 힘들어져 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한 사랑의 감정들을 나타내고 있다.
때로는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듯이 춤을 추는 음악으로 변해있지만 어느새 음악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픈 선율들로 바뀌어 주인공들의 폭풍같은 사랑을 그리듯 흘러가고 있다. 여주인공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가 나즈막이 그리고 주술적으로 내뱉는 '글루미 썬데이'는 슬픈 사랑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여인의 목소리를 띄고 있다.
그녀의 공허하리만큼 텅빈 목소리는 유리알처럼 허공에 퍼지면서 죽음의 향기를 부르는 듯하다. 그 뒤로 흐르는 서글픈 피아노의 선율은 그녀에게 이보다는 더 슬플 수는 없다는 듯이 감정을 증폭시키며 연주된다.
매혹적이라고 하기엔 슬프고, 슬프다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글루미 썬데이'. 노래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음악을 듣고 난 뒤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릴적 TV에서 보던 눈속임 마술처럼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해도 이렇게 매혹적인 얘기에는 이런 아픈 사연들이 뒤따라 다녀야될 것 같은 생각이든다. 이왕이면 아주 더 슬프고, 아주 더 가슴이 저며 영원토록 가슴에 머무르도록.
송수연 love41@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Copyright Media Laboratory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