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그랜드슬램]우즈, 연속이글로 역전우승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44분


타이거 우즈(미국)의 ‘천재성’은 과연 어디서 기인할까.

세계적인 프로골퍼의 경연장에서는 매 라운드 누구나 기록하는 버디로 승부가 가름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다른 선수보다 ‘한수위’ 기록을 이뤄낼 때 천재성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우즈는 올 미국PGA투어 76라운드에서 19개의 이글을 낚아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98야드에 이르는 장타에다 최고의 그린 적중률(75.2%), 평균 홀당 퍼팅수(1.717개) 등 파워와 정교함을 고르게 갖춘 덕분.

하지만 그 또한 4라운드에 한 개 꼴로 이글을 올린 셈이니 72홀을 도는 동안 1개가 평균치이다. 19일 태국 방콕에서 끝난 조니워커클래식에서도 무려 25언더파의 경이적인 스코어로 우승했지만 이글은 단 1개 기록했을 뿐이었다.

단번에 2타를 줄일 수 있는 이글은 골퍼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실력과 함께 운도 있어야 하고 때론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한다.

23일 하와이 카우아이 포이푸베이GC(파72·6957야드)에서 열린 그랜드슬램골프대회(총상금 100만달러) 최종 2라운드. 우즈는 마치 ‘천운’이라도 따랐던지 ‘닮은꼴’로 연속 이글을 올리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며 역전우승의 짜릿함을 맛봤다.

[표]
○대회 최종성적

우즈는 이날 17번홀까지 올 마스터스 우승자로 지난해 ‘이글왕’이었던 선두 비제이 싱(피지)에게 한 타 뒤진 채 마지막 18번홀(파5·550야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시속 40㎞의 뒷바람을 탄 드라이브샷은 330야드를 날아갔고 231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을 홀컵 2.4m에 붙였다. 하지만 이 홀에서 싱이 3온1퍼트로 먼저 홀아웃하며 한 타를 줄이면서 우즈에게 2타차로 앞섰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우즈는 침착하게 이글 퍼팅을 홀컵에 떨어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우즈가 4언더파 68타를 치며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싱과 기어이 동타를 이룬 것.

다시 18번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첫 홀. 싱이 2온에 성공하자 우즈도 여기에 질세라 208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힘차게 세컨드샷을 날려 첫 번째 이글을 잡았던 비슷한 지점에 공을 올려놨다. 싱의 이글퍼팅은 홀컵 왼쪽을 살짝 비켜나간 반면 우즈는 자신있게 두 번째 이글로 연결, 역전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우즈는 36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40만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겼다. PGA정규투어 9승(메이저 3승)을 포함해 시즌 11승 달성.

우즈는 “이런 경기는 태어나 처음이었다”며 “내가 생각했던 대로 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올 4대 메이저 대회 챔피언만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특별 초청을 받은 톰 레먼(합계 1언더파)과 폴 에이징어(합계 4오버파)는 각각 3, 4위에 그쳤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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