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370억대 그림-건물 기증 김보현화백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1시 39분


늙으면 고향이 그립다고 해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한다. 이역에서 거의 반세기를 지낸 재미 원로화가 김보현씨(83).

그는 조국이 몸서리나게 그리울 만도 하다. 53년 이민. 48년 여순사건과 6.25를 겪으면서 좌우 모두로부터 '공산주의자' '친미주의자'로 몰려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탓이었다.

그가 최근 2백억원에 달하는 맨해튼의 8층 빌딩을 조선대에 기증했다. 평생의 예술혼이 담긴 그림 340여점(시가 170억대)도 미리 보냈다. 살다보면 신물나는 일이 더 많지만, 이런 흐뭇한 소식을 접할 때면 정말 단맛이 난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그는 46년 해방 직후 조선대에 예술학과를 창설, 10년간 서양화단의 기초를 세웠다. "후학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는 그의 의지에 파란눈의 부인 실비아 월드(85)도 선뜻 응했다. 그의 작품은 '동서양의 사상을 조화시켜 현대회화를 한차원 높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고.

그에게서 경남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이 겪은 '파란의 삶'이 떠오른다. 남편 곁에서 활짝 웃고 있는 부인도 팔순 나이답지 않게 참 곱게 늙었다. 영화 '황금연못'의 노부부도 그랬다.

황혼이 그냥 아름다운가. 한낮의 수고가 그리 아름다운 빛을 만든다.

최영록/동아닷컴기자 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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