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조성원 '물오른 농구인생'…시즌 평균30점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40분


프로농구 LG 세이커스 조성원(29)의 은퇴 후 계획은 유별나다. 바로 ‘불이익 받는 선수들을 뒤에서 돕고 싶다’는 것.

이것은 조성원이 한국농구연맹(KBL)에 본인이 작성해 제출한 개인 프로필에 쓰여 있는 것이다.

그만큼 조성원은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지 못한 채 묵묵히 음지에서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 프로농구에도 야구처럼 선수협의회가 생긴다면 회장 1순위 후보로 꼽힐 정도. 누구보다도 그늘에 가려 있는 선수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홍익고―명지대―현대를 거치는 동안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프로에서도 현대가 3시즌 연속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는 동안 1년 후배인 이상민에게 가려 늘 2인자에 머물렀다. 게다가 단신(1m80)의 핸디캡 때문에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고 결국 팀을 떠나는 신세가 됐다.

그런 조성원이 팀 이름인 ‘송골매’처럼 힘찬 날갯짓으로 팀의 시즌 초반 고공 비행을 이끌고 있다. 8경기에서 평균 4.38개의 3점슛으로 평균 30.9점을 터뜨리며 LG가 20일 현재 6승2패로 단독 2위에 오르는데 한몫 단단히 한 것.

조성원이 이처럼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데는 올해 처음 사령탑을 맡은 LG 김태환 감독의 끈끈한 용병술도 크게 작용했다. ‘잡초 인생’이라는 세인의 평가대로 험난한 길을 걸어온 김감독은 일부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편견 없이 12명 엔트리 전원을 고르게 쓰는 스타일. 누구나 기량만 갖추면 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이런 점에서 김감독과 조성원은 처음부터 궁합이 잘 맞았고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다. 또 조성원은 김감독의 주문대로 단순한 3점 슈터에 벗어나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개발하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조성원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믿고 힘을 실어주니 의욕이 넘친다”고 했고 김감독은 “워낙 기량이 뛰어난데다 코트에서나 숙소 생활에서나 후배들을 다독거려 주는 등 알아서 너무 잘해 준다”고 치켜세웠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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