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의 옛날신문읽기]한국성교육발전사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지난 17일 아침 집에서 조간신문을 받아보니 원조교제를 하던 16세 소녀가 처음으로 검찰에 입건됐다는군요. 검찰 관계자는 "원교교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성인에게 있다고 보고 돈을 목적으로 죄의식 없이 상습적인 원조교제를 하는 청소년에 한해 입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소녀의 몸을 탐했던 성인남자 6명은 구속됐답니다. 기사를 더 읽어보니 소녀는 불우한 결손가정 출신이군요.

그렇다고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할 수는 없지요. 물론 회사원, 자영업자 등이라는 성인남자들의 잘못은 일러 무삼하리요입니다.

정말 대한민국은 섹스공화국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남자들처럼 성에 환장하고 걸신들린 종자도 없을 겁니다. 그 증거가 왜 없겠습니까. 동남아 각국을 돌며 정력에 좋다는 무엇무엇을 싹쓸이해오는 사람들이 한국남자들이죠. 정력에 좋다면 개구리 씨앗마저 말리는 공포의 포식자가 한국남자들입니다. 인삼보다 좋은 게 고삼, 산삼보다 좋은 게 중삼이라는 더러운 농담도 어디 시정잡배들만의 것이던가요.

< 옛날에는 성에 대해 되도록 모르는 체 무관심한 체 덮어두는 것이 순결하고 고상한 어린이의 표본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차차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이 사회문제화 하면서 사람들은 유아의 성문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하략) > (66년 9월21일, 대한일보)

아이고, 순결하고 고상한 어린이라니요.

< (전략) 문교부는 30일 이제까지 소홀히 다루어온 각급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이번 2학기부터 학교급별, 학년별, 남녀별로 정도에 알맞게 체계화, 국민학교 1학년에서부터 고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폭넓게 실시키로 했다. 이를 위해 문교부는 서울시 교육연구원 등 3개 시-도 교육연구원에서 개발한 초-중-고교별 성교육 학습지도 자료를 각학교에 배부, 활용토록 했다.

문교부 당국자는 “성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가 범람하고 있으나 청소년들이 이에 대한 비판력과 선별능력이 부족한 상태이고, 학생들의 성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 등 학교에서의 성교육 강화가 절실히 요청돼 종래의 소극적인 방식을 탈피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교부는 지난 78년 ‘순결교육'이란 장학자료를 개발, 각급학교에 보급한 바 있다. 그 내용이 개략적인 분야에 그쳐 폭넓게 활용되지 않았었다. > (82년 8월31일, 조선일보)

78년에는 `순결교육'이 붐이었나봅니다. 며칠 전 연합뉴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더군요.

< 한국여성단체연합은 9일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이 순결교육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최근 민주당 김경천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여연은 성명을 내고 "순결이 내포하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기원에 대한 고려없이 그 용어를 사용하고,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지켜야하는 가치로 설정하는 청소년 순결교육에 대해 커다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연은 그 이유를 순결이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돼온 불평등한 역사의 산물이고....(하략) >

어떻습니까. 대한일보-조선일보-연합뉴스의 기사를 순서대로 읽어보면 한국의 성교육도 나름대로의 `발전상'을 보이고 있지요? 그런데 내일도 원조교제 기사가 신문에 또 나올 것 같으니 이를 어쩝니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늘보<문화평론가>letitb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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