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0]"중립적 조정자 임명 난국 풀어라"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8시 45분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국론 분열상이 일주일 가량 지속되자 미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은 12일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이번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뉴욕타임스지는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만큼 ‘조정자’를 임명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 양측비난 시위 주요도시 확산 ▼

▽국론분열 우려〓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양측 진영의 대치 상황이 국가 안정에 커다란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타임지와 CNN방송이 공동조사 결과를 보도. 10일 1154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들 중 55%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15%는 ‘위기 상태’로 규정. 응답자의 69%는 모든 혼란 끝에 부시 후보가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

반면 텍사스의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지가 12일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플로리다주의 재검표와 해외 부재자 투표 개표 이후 선거인단 25명을 누가 확보할 것이냐는 물음에 61%(2만4204명)가 고어 후보라고 답했고, 부시 후보라는 대답은 39%(1만5100명)에 불과.

한편 고어와 부시 후보가 대선 이후 보인 행태를 싸잡아 비난하는 시위가 11일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리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 애틀랜타시 올림픽공원에서는 노동 운동가, 흑인 지도자, 장애인, 동성애 단체 대표 등 200여명이 “우리는 대관식이 아니라 민주적 선거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시카고 그랜드포크스 프로비던스 등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

▼ 부시-고어 표정관리 신경전 ▼

▽두 후보측 표정〓부시 후보는 12일 텍사스주 크로퍼드 부근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러닝 메이트인 딕 체니 전 국방장관, 백악관 비서실장과 외교안보 보좌관에 기용할 앤드루 카드 전 교통장관과 콘돌리사 라이스 등과 차기 행정부 구성 문제를 논의하는 등 당선을 기정사실화.

부시 후보는 이날 작업복 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체니 전 장관과 함께 기자들과 잠시 만났으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 외에는 발언을 삼가는 모습.

고어 후보는 이날 인근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는 등 평상심을 유지하려는 모습.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노 코멘트”라며 말을 아껴 일각에서는 “이렇게 조용한 고어를 본 적이 없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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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철 前의원 혼란수습 적격자 평가 ▼

▽조정자론 대두〓뉴욕타임스는 12일 대선을 둘러싼 혼란이 수습되기 위해서는 민주 공화 양당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중립적 성격의 ‘조정자(Mediator)’가 속히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

이 신문은 학계와 정계 인사 20여명의 의견을 수렴한 분석 기사에서 “양 진영의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조정자나 조정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립성과 협상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조정자에는 북아일랜드 분쟁을 중재한 경험이 있는 조지 미첼 전 민주당 상원의원이 가장 강력하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

▼ 법정비화 반대 정치적 해결 여론 ▼

▽정치적 해결 촉구〓LA타임스는 12일 사설을 통해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는 당락 논쟁을 법정에 가기 전에 끝내는 ‘정치력(Statesmanship)’을 발휘하라고 촉구.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신호도 ‘추악한 선거(The Ugly Elec―tio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사에 쓰라린 패배자로 기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둘 중의 한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13일 각각 사설을 통해 부시 후보 진영이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중단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낸 것을 비판하고 “부시 후보측은 수작업 재검표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촉구.

이런 가운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고어 후보와 부시 후보의 첨예한 대치 국면에서 초연한 자세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어 후보에게 “참고 견디라”고 훈수를 두었다고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13일 보도.

뉴스위크 최신호(20일자)는 고어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중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매일 밤낮 TV 출연을 원하고 있다”고 불평할 정도로 고어 후보와 불편한 관계였던 클린턴 대통령이 10일 고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그같이 충고했다고 소개.

<박제균·정미경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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