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캠페인]美 ‘나눔의 손’ 稅制로 키운다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8분


미국의 기부전성시대 배후에는 세제혜택이란 공신이 숨어있다.

주마다 세법이 다르고 개인마다 재산상태와 수입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 미시간주의 경우 세금공제제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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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의 독신 납세자가 지역재단에 200달러를 기부할 경우 주세법에 의해 100달러, 연방세법에 의해 30달러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공제액이 기부액의 65%에 달하는 것. ‘200달러를 기부하면 130달러는 세금공제되므로 실제로는 70달러만 기부자가 자기부담을 한다’는 얘기다.

기혼자는 연방세 감면율이 더 높아 56달러만 내면 400달러를 기부한 효과를 갖는다.

기업의 경우 1만달러를 기부하면 주세에서 5000달러를 감면받고 연방세에서 1700달러를 감면받아 3300달러만 내면 1만달러를 기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산 등 개인 거액기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령 액면가 5만달러, 시가 5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가진 노인이 있다고 치자. 이를 팔면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지만 지역재단에 기부하면 면세다. 재단은 시가대로 주식을 팔아 그 돈을 굴리고 매년 수만달러씩을 기부자가 세상을 뜰 때까지 제공해주기도 한다. 반면 이 노인은 법적으로 재산이 50만 달러어치 줄었으므로 연방세에서 다른 재산에 대한 재산세 수만달러를 감면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세제는 감면된 세금을 저축해 놓을 수 있게 돼 있다. 그해 공제액이 그해 공제한도를 넘을 경우 이를 저금해 두었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것.

이러한 다양한 세제혜택 때문에 소액기부는 물론이고 거액기부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미시간주 베틀크릭 지역재단에서 자원봉사하는 전직 세제전문변호사 매리 앤 테일러는 “기부 유도의 가장 큰 통로는 변호사와 세무사 회계사들”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이 유언장을 작성하고 재산관리 상담을 할 때 이 같은 세제혜택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기부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

모금기관도 전략적으로 이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도 기업 및 개인의 기부금 지출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참여연대 하승수(河昇秀) 변호사는 “연봉 2000만원인 근로소득자가 연 100만원을 기부하면 기부액이 전액 공제되더라도 기부로 인해 줄어드는 세액은 공제되는 100만원에 11%의 세율(주민세 포함)을 적용한 11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소득공제는 기부액을 소득에서 공제한 이후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 반면 미국 미시간주는 세액에서 직접 공제해주는 세액공제(tax credit)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기부자가 받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원익(孫元翼) 한국조세연구원 연구1팀장은 “한국의 세제는 국민 대다수가 소액기부를 하는 풍토를 마련하기에는 중산층에게 주어지는 세제혜택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공익 활동 중에서도 공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찬진(李粲珍) 변호사의 경험담. “성공보수로 받게 된 2000만원을 시민단체에 기부하려 했더니 세제혜택은 고사하고 사무실의 수입으로 잡혀 세금만 더 내게 생겼더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이 돈을 제공하는 당사자에게 그 단체로 직접 기부하게 하는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소득세법상 지정기부금으로 인정이 되어야 소득의 10% 범위 내에서 공제를 받는데 대다수의 시민단체들에 대한 회비나 후원금은 지정기부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손원익 연구팀장은 “그렇다고 탈세나 사전증여가 적지 않은 한국적 풍토에서 무턱대고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을 높이기에는 현실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세제도 전반은 물론이고 기부를 받는 쪽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미국식 세제혜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베틀크릭〓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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