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레스트리스>,파격적 내용-性묘사 눈길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7분


‘레스트리스(Restless)’는 성과 사랑에 대한 청춘의 열병을 그렸다는 점에서 최근 개봉했던 ‘청춘’의 핀란드판 영화라고 할 만하다.

응급전문의 아리(미코 노우자이넨)는 안정적 직장과 훤칠한 외모를 지녔지만 가슴속은 공허함으로 가득한 청년. 그는 일을 끝내면 술 한잔을 걸치듯 적당한 여자와 하룻밤 섹스를 나눈다. 상처를 주기도 상처를 받기도 싫다는 이유로 한 여자를 두 번 이상 만나지 않는 그에게 그런 섹스는 욕망의 해소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연히 해변에서 만난 티나는 그런 그에게 집착하고 아리는 마지못해 그녀와 동거에 들어간다. 하지만 가슴속에 블랙홀을 감춰둔 아리 같은 남자만큼 여자들에게 위험한 존재는 없는 법. 티나로부터 그를 소개받은 친구들은 아리를 유혹하기 바쁘고 아리는 거부할 줄 모른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는 일로나는 심지어 결혼식 전날까지 아리와 몸을 섞는고 티나와 일로나를 모두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한나 리카 역시 여자사제라는 신분에도 아리의 성적 매력에 무너지고 만다.

영화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불안과 허무의 포로다. 하지만 그들을 옭아매는 사회적 억압이나 개인적 고민은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방종이라는 말조차 무의미할만큼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하다. 모든 것이 갖춰진 사회에서 사는 그들에겐 사랑이라는 불확실한 감정 외에는 청춘을 불태울 대상이 없다는 것이 영혼의 독(毒)일 것이다. 그래서 아리가 오랜 방황을 끝내고 느닷없이 진정한 사랑을 찾도록 설정된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내용 못지않게 파격적인 성적 표현으로 핀란드에선 12주나 연속 흥행 수위를 달리는 인기를 누렸다. 4일 개봉. 18세이상.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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