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의료계의 '몽니'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39분


정부와 의료계(비상공동대표 10인 소위)가 24일 약사법 재개정을 의―약―정(醫―藥―政)협의회에서 논의키로 합의하자 의료계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월급쟁이’ 의사로 구성된 병원의사협의회가 “의―정협상의 성과를 관철시킬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의―약―정 협의에 참여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역 대표성을 무시했다. 10인 소위가 전체 회원의 민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10인 소위에 참여한 대표를 철수시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의 회원 게시판에는 ‘병의협 대표가 빠진 10인 소위는 더 이상 협상전권이 없다’ ‘10인 소위는 자폭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의료계가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및 약계와 의약분업에 합의한 의협 집행부를 11개월 뒤 교체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7월 약사법 개정 과정에서 약―정(藥―政)대표와 함께 합의안을 만들고도 내부 이견으로 수차례 거부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10인 소위는 개원의 전공의 의대교수 의대학생 등 직능별로 조금씩 다른 입장을 조율하려고 의료계가 만든 기구이다. 의―정 대화가 진통을 겪을 때 의협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10인 소위에 협상의 전권이 있음을 수차례 확인했었다.

지금은 의―약―정 협의를 앞두고 전공의 파업철회와 의약분업 정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이다. “일부 의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진료 정상화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다시 한번 실망을 안겨주는 대목”이라고 한 의사는 말했다.

“약계를 무시한 상황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100% 이루라고 하는 것은 조금 허황한 요구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의―약―정 협의회라는 것이 우리가 거칠 수밖에 없는 협의기구이고 그 속에서 최대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병원 소속 한 의사가 인터넷에 띄운 발언이다.

송상근<이슈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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