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하나 그리고 둘>,쓸쓸한 삶의 그늘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39분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로 손꼽히는 에드워드 양 감독은 ‘타이페이 이야기’ ‘고령가소년살인사건’등 전작들에서 대도시 타이페이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줄곧 탐구해왔다. 그러나 그의 신작 ‘하나 그리고 둘’은 배경이 어디든 크게 상관 없을 듯하다.

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3대에 걸친 가족의 일상과 쓰라린 연애의 기억을 담담히 보여준다. 가장인 NJ는 회사 경영난 타개를 위해 출장을 간 일본에서 첫사랑 여인과 만나 과거를 더듬고, 그의 아내는 “내 삶은 너무 초라하다”고 울먹인다. 그의 딸은 30년전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혹독한 연애를 치르고, 그의 아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안보이는 걸 보여주겠다”며 카메라로 사람들의 뒤통수를 열심히 찍는 NJ의 아들 양양처럼, 에드워드 양은 어느날 우연이라는 그물에 걸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일상의 표면을 뚫고 떠오르는 삶의 쓸쓸한 음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173분동안이나 이어지는 세밀한 관찰이 보는 이를 한없이 우울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전체관람가. 28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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