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클릭]14代땐 '볏짚'… 이번엔 '한우'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42분


"장관, 이리 좀 오세요. 와서 어느 것이 한우(韓牛)인지 맞혀보세요.”

25일 오전 농림부에 대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국감이 실시된 정부 과천청사 농림부 대회의실.

김영진(金泳鎭·민주당)의원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던 한갑수(韓甲洙)장관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김의원 앞에 섰다. 순간 '국감장에 쇠고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김의원측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은 사진기자들이 몰리면서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김의원은 미리 준비한 △한우 △젖소 △수입육 △비육우 등 네 종류의 고기 1㎏씩을 책상 위에 놓고 머뭇거리는 한장관에게 한우를 골라내라고 다그쳤다. 한장관은 오른쪽에서 두번째 고기를 찍은 뒤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건 젖소고기예요. 장관도 (한우를) 모르잖아요”라며 "98년 이후 젖소와 비육우가 한우로 둔갑해 소비자들이 4897억원의 손해를 봤는데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시내를 다 뒤졌는데도 젖소고기를 구할 수가 없어 강화도 도축장까지 가서 구해왔다”고 구입 경위까지 설명했다.

이에 한장관은 "잘 모르겠다. 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라고 말하면서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김의원은 15대 국회 때는 국감장에 '볏짚’을 들고 와 화제가 됐다. 92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때는 삭발 단식투쟁을 한 적도 있다.

김의원의 이날 쇠고기 연출에 농림부의 한 인사는 "의욕은 인정하지만, 4선의원에 상임위 위원장까지 지낸 분이…”라며 떨떠름해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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