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美 휴대전화 감청장비 "전파 직접 낚아채는 방식"

  • 입력 2000년 10월 22일 23시 09분


한나라당 김형오의원이 22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휴대전화에 대한 미국 C사의 도감청장비 제품설명서를 공개하고 나섬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CDMA 휴대전화에 대한 도감청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김의원 등의 문제제기에 정부가 5개 부처 장관 합동 반박광고를 통해 정면대응할 정도로 첨예한 문제여서 도감청장비의 개발 가능성과 국내 도입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될 이번 제2라운드도 심상치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이 이날 공개한 제품설명서에 적시된 주요 특징은 △무선 구간(전파)에서 직접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휴대전화가 특정 셀(Cell·통화구역)을 벗어나 이동하며 통화를 계속하더라도 신호를 추적할 수 있으며 △장비를 휴대하거나 차량에 탑재할 수 있다는 것 등.

이는 그동안 CDMA 휴대전화는 송수신 신호를 암호화해 송출하기 때문에 그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확률이 4조4000억분의 1에 불과하다던 정부측과 대다수 이동통신업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

특히 이 장비는 전화국 등의 협조를 얻어야 가능한 유선전화 도감청과 달리 휴대전화에서 송수신되는 전파를 직접 ‘낚아채는(intercept)’ 방식이어서 그런 협조가 필요없다는 것이 김의원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그동안 CDMA 휴대전화 도감청 불가론의 기술적 근거로 언급되던 ‘특정 셀을 벗어날 경우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뒤집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김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제품의 사양과 기능, 동작방식 등만 설명할 뿐 이 기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현재로선 이 장비의 구동 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 더구나 구매대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시제품을 공개하지 않는 보안업체의 세계적 관례로 볼 때 이 장비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내 보안업계의 설명이다.

이 장비를 개발했다는 미국의 C사를 98년 방문한 적이 있는 국내의 한 관계자는 “장비가 워낙 고가인데다 제품 특성상 신뢰가 쌓인 업체와 국가기관에만 일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관례”라고 소개했다. 김의원측도 국내의 한 업체를통해 이 설명서를 입수한 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보안업계에서는 △CDMA시스템의 등장 직후인 96년경부터 이 장비의 개발이 시작됐고 △개발업체로 알려진 C사가 20년 이상 도감청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혀 온 점 등을 들어 제품이 실제 개발됐을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도 “최근 도감청장비 시장의 메카인 런던에서 이 장비의 공정가격까지 형성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 ‘개발 성공’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이 장비가 개발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내에 도입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는 상황. 국내 보안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장비가 지난해 10월경 개발됐다고 들었다”면서 “그 직후 이 장비 10여대가국내에 도입됐다는 얘기가 업계에 나돌았으나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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